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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끝난 조종사, 놀면 뭐하니…"만화 그립니다"[금준혁의 온에어]

조종사툰 'J' 부기장…SNS서 익명으로 조종사 일상툰 연재
"안전 책임지는 내 직업…일반인도 업계도 서로 이해하는 만화 되길"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2024-04-27 07:10 송고
편집자주 하루에도 수십만명이 오가는 공항, 하루하루가 생방송입니다. 주인공은 당연히 비행기와 승객입니다. 이 수많은 '설렘'들을 무사히 실어나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항공사와 공항의 온갖 조연들이 움직입니다. 이들에게서 듣는 하늘 이야기, '온에어'입니다.
J 부기장 제공
J 부기장 제공

"민항기 조종사는 누군가의 영웅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아무 사고없이 이름도 존재도 모르는 게 베스트죠."

부캐릭터 열풍은 그간 사회에 알려지지 않았던 다양한 사람을 끄집어냈다. 조종사도 그중 하나다. 하늘을 난다는 막연한 상상만 품을 뿐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짐작할 뿐이다.
SNS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다양한 항공업계 종사자를 만날 수 있게 됐지만 밤낮이 바뀌는 업무 특성상 여전히 접근이 어려운 분야도 있다. J 부기장은 보기 드문 일상툰을 인스타그램에서 익명으로 그리고 있다.

◇조종간과 함께 도전한 만화의 꿈…본캐와 부캐의 '선' 고민도

최초의 꿈은 만화가였다. J 부기장은 "만화가라는 꿈이 또렷했던 건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글로 표현하는 걸 좋아했다"며 "제가 직업 콘텐츠를 좋아하는데 저처럼 직업의 세계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이는 일상툰은 대부분 그림이 가득한데 조종사툰은 생각과 글이 많다. J 부기장은 "다른 직군의 일상툰을 참고 삼아 보곤 한다"면서도 "제 성향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 같다"고 했다.

초기에 비하면 흑백이 컬러가 되고 선도 진해졌다. 그는 "전공자도 아니고 초보기 때문에 도구를 다루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면서도 "지금은 가능한 한 시간이 덜 드는 방식으로 작화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본캐와 부캐 간의 타협점이기도 하다. J 부기장은 "최대한 일상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에너지를 분배하려고 한다"며 "해외에서 사용이 가능한 공유오피스 멤버십을 결제해서 현지를 도착하면 쉬는 시간을 쪼개서 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가방에는 조종사용 태블릿 PC와 함께 만화를 그리는 태블릿 PC가 늘 함께 있다.

또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이다 보니 만화 속 '선'을 늘 고민한다"며 "사명감이 투철하기만 한 조종사의 모습은 지루할 수 있고 느슨한 직장인의 모습은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J 부기장 제공
J 부기장 제공

◇기자에서 기장까지…"나같은 일반인도 될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신문기자였다. 항공과 관련이 없는 분야를 취재했다. J 부기장은 "미국에서 조종사 교육을 받고 한국에 오기까지 3년 반이 걸렸는데 처음 접하는 분야라 고생도 많았고 결과물이 나오기 전까지는 의심도 했다"고 했다.

한 회차에서 "언젠가 기자 생활을 할 때 '하늘을 본 지가 너무 오래됐네'라고 생각한 날이 있었다"며 간접적으로 조종사가 된 이유를 그리기도 했다.

J 부기장은 "어쩌다가 조종사를 하게 됐냐고 많이들 물어보는데 학생 때는 사회 문제에 관심이 있고 글을 좋아해서 기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일을 하다보니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저 같은 일반인도 조종사를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쉽고 재밌게…비행에 대한 상식 보편화됐으면"

'아무도 모르는' 조종사가 목표라는 그의 말에는 비행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녹아 있다.

J 부기장은 "안전에 대한 수준이 올라가려면 운항하는 조종사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사람들도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일반인도 비행에 대한 상식이 보편화됐으면 좋겠고 그런 의미에서 조금이라도 만화를 쉽고 재밌게 하려는 바람"이라고 했다. 조종사툰이 인연이 돼 청소년을 위해 조종사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책도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제 만화를 가장 봐주셨으면 좋겠으면 하는 분들은 같은 업계 종사자"라며 "사실 저도 비행만 알지 다른 직군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데 서로의 일에 대해 이해하고 소통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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