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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죽여 옥살이, 베트남 건너가 불륜녀 母 살해, 한국 돌아와 동거녀까지

누범 기간 중 두 차례 더 살인…흉기 부러지자 새것으로 [사건속 오늘]
사이코패스 점수 32점, 강호순 조두순 '어금니아빠' 이영학 보다 높아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24-03-27 05:00 송고 | 2024-03-27 08:34 최종수정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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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악마, 사람이 아니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한 범죄 심리학자는 "분노 조절을 못한 것이 아니라 고의로 안 한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헤어지자 했다고 죽이고, 가석방된 뒤 뉘우치기는커녕 외국에서 또 흉기로 살해하고, 만난 지 2주 된 동거녀가 다른 사람에게 눈길을 줬다며 죽였다. 범행 도중 흉기가 부러지자 새로운 흉기를 찾아 범행을 이어갔다.    

◇ 아내 죽여 살인죄 복역…가석방된 뒤 이민 간 베트남서 또 살인

2012년 3월 27일, 베트남 교민 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살인 전과자 A 씨(1975년생 당시 37세)가 베트남인을 죽여 교민 얼굴에 먹칠을 했기 때문이다.

2001년 5월 '헤어지자'며 귀찮게 했다는 이유로 첫 번째 아내를 살해, 2002년 1월 징역 8년 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던 A 씨는 형기 만료를 4개월여 앞둔 2009년 2월 가석방됐다.
새로운 삶을 살겠다며 베트남으로 떠난 A 씨는 현지에서 베트남 여성과 재혼해 살던 중 또 다른 베트남 여성 B 씨와 바람이 났다.

A 씨는 불륜녀 B 씨와 결혼하겠다며 B 씨 집을 찾아갔지만 강한 반대에 부딪히자 '나를 무시했다'며 2012년 3월 B 씨 어머니를 살해했다.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가볍게 여긴 A 씨는 베트남 법원으로부터 징역 14년형을 선고받고 현지 감옥에 수감됐다.

◇ 가석방과 함께 베트남에서 추방…동거녀, 만난 지 2주 만에 살해

베트남 감옥에서 8년 5개월을 산 A 씨는 2020년 8월, 가석방과 함께 베트남에서 영구 추방됐다.

강원도 동해 쪽에 자리를 잡은 A 씨는 2022년 4월 중순,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C 씨와 눈이 맞아 곧장 동거에 들어갔다.

동거 2주일가량이 흐른 2022년 5월 5일 A 씨는 C 씨, 자기친구 D 씨와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C 씨가 D 씨에게 술을 권하고 다정스럽게 말을 건네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보던 A 씨는 집으로 돌아와 "왜 내 친구에게 꼬리치냐"며 C 씨를 달달 볶았다.

화가 난 C 씨가 "내 집에서 당장 나가라"고 외치자 A 씨는 집 안에 있던 흉기를 꺼내 들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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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행 도중 흉기 부러지자 새 흉기 찾아와 또다시

흉기로 C 씨를 여러 차례 찌른 A 씨는 범행 도중에 흉기가 부러지자 집을 뒤져 찾아낸 또 다른 흉기로 이미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C 씨를 6일 새벽까지 마구 찔렀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기억하느냐"라는 물음에 "술에 취해서 잘 모르겠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하지만 2022년 8월 25일 1심인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2부(부장판사 이동희)은 "피해자를 살해한 수법과 내용이 잔인하고 혹독하며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피고인으로 인해 또 다른 우리 사회 구성원이 생명을 침해당하는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해 수감할 필요가 있다"고 무기징역형과 함께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2022년 12월 14일 항소심인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황승태 부장판사)도 무기징역형을 유지했다.

A 씨는 죄를 뉘우치지 않고 형량이 무겁다며 상고했지만 2023년 3월 16일, 대법원에 의해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다.

◇ 기분 나쁘게 했다며 살인, 누범 기간 중 두차례 살인, 흉기…죄송 외 더 할 말 없다

A 씨 범행은 누범 기간(형기 만료 또는 집행이 면제된 뒤 3년 이내) 중 살인, 흉기 사용, 단순히 자신의 기분을 잡치게 했다는 이유를 댔다는 특이점을 띠고 있다.

A 씨는 2001년 첫 살인으로 옥살이하다가 가석방, 누범 기간 중인 2012년 3월 두 번째 살인했다. 복역 중 두 번째 가석방된 뒤에도 누범 기간 중인 2022년 또 살인했다.

그때마다 흉기로 피해자들을 마구 찔렀고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않았다. 재판장이 "마지막으로 할 말 없냐"고 하자 A 씨는 "죄송하다, 할 수 있는 말이 이 정도밖에 없다"며 무덤덤하게 답했다.  

살인 동기도 '헤어지자' '갈라서자' '만나지 말라'는 말로 자신을 불쾌하게 만들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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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코패스 점수 28점, 조두순 강호순보다 높아

A 씨는 고위험군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성격장애) 검사에서 32점을 받았다.

사이코패스 여부를 가리는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 검사에서 25점 이상을 받으면 사이코패스로 진단한다. 일반인의 경우 15점 내외가 나온다.

A 씨의 32점은 20명을 죽인 유영철(38점)보다는 낮지만 연쇄 살인범 강호순(27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29점), 어금니 아빠 이영학(25점)보다는 높은 고위험군이다.

◇ 이수정 "분노 조절 안 한 것…사법 공조, 우범자 관리 허점"

A 씨에 대해 범죄 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2023년 1월 "흉기가 부러지자 도중에 흉기를 바꾼 건 분노가 조절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조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아주 분명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A 씨가 가석방을 받고 누범 기간 중 두차례나 살인을 저지른 건 재범 위험성을 간과한 면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또 하나 살인 전과자가 베트남으로 건너갔지만 이에 대한 정보가 베트남 쪽으로 전달되지 않았다며 사법공조에 허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사법 공조는 주로 범죄인 인도 조약에만 적용돼 살인범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전과 기록을 서로 공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영미권 국가들은 그런 것들까지 공유하고 있다"라며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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