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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의 책임범위·면책조항 안내 못받아…병원도 "당장 도움 안 돼"

지역의료도 공백 불가피…정부 "추가 보완대책 마련 중"
4주 근무, 업무·진료 연속성 한계…다음주중 200명 추가 차출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천선휴 기자 | 2024-03-14 14:58 송고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4주차로 접어든 11일 경남 양산시 물금읍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3.1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4주차로 접어든 11일 경남 양산시 물금읍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3.11/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정부가 전공의들 떠난 자리에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들을 투입했지만 '진료 공백'을 메우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근무 기간이 4주에 불과해 업무·진료 연속성에 한계가 있고, 또 차출로 인해 취약지 의료공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공보의들에게 역량 이상의 업무를 요구하고 많게는 주당 80시간 근무를 명령하는 등 처우 논란이 불거졌다. 업무 지침도 마련되지 않아 공보의들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반응이다.

14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 등 의료계에 따르면 비상 진료체계를 위해 전날(13일)부터 공보의 138명과 군의관 20명이 상급종합병원 20군데에서 4주간 업무에 들어갔다. 정부는 공보의들에게 근무 조건, 수당 지급, 법적 보호, 편의 지원 등에 관한 지침도 전달했다.

지침에는 주 80시간 근무와 당직 근무 수행, 병원 법무팀 소송 지원, 특별지원 활동수당 등의 내용이 담긴 걸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장 업무 등의 세부 지침은 개별 병원에 맡겼다. 대공협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통상 공보의는 주 40시간 일하는데 정부 지침에는 2배 더 많은 주 80시간 근무할 수 있다. 전공의들이 주 80시간 일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걸로 보인다. 
이성환 대공협 회장(전남 영암군보건소 공중보건의)은 뉴스1에 "파견 공보의가 업무 범위에 대해 알아야 하고 협의가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 이번에 병원 경험이 없는 일반의사들도 파견됐다. 업무 범위가 미리 공유되지 않고 파견부터 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성환 회장은 또 "업무의 책임 범위나 면책 조항에 대해 안내가 있어야 한다. 파견 근로자를 보호할 수단들이 있어야 하는데 전달받은 정보가 없다"면서 "더 많은 공보의가 차출될 텐데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4주 차로 접어든 11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3.1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4주 차로 접어든 11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3.1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다만 이 회장은 공보의가 숙소를 병실로 배정받는 등 언론보도로 불거진 사례는 개선됐다고 전했다. 삼성서울병원은 파견 공보의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복무 서약 및 동의서를 잘못 보내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은 "신규 전문의에게 받는 서약서"라고 해명했다.

공보의들을 받게 된 병원들은 일손이 왔다는 기대보다 업무·진료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빅5 병원 한 관계자는 "교육하는 데만 1주일에서 10일이 걸린다. 도움이 안 된다"면서도 "이는 어떤 회사든 마찬가지 아니겠나. 데려와서 바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공보의 차출로 지역 취약지의 의료공백이 커지기도 했다. 전북 장수군 계북면 내 유일한 의료기관인 보건지소 출입문에는 '의료대란에 따른 축소 진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단 1명의 공보의가 충남대병원으로 4주간 차출돼 진료가 불가능해지면서다.

유일한 의료 인력이 자리를 비우면서 매일 받을 수 있던 의과 진료는 주 1회(화요일)로 축소됐다. 대한의사협회가 "오지 주민들과 군인의 생명을 경시하는 조치"라고 비판하는 가운데 정부는 공보의를 다음주 중 200명 추가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공보의들이 법적 보호를 걱정하는 데 대해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을 통해 "추가 보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박 차관은 "파견된 이들이 전공의는 아니니 주당근로 시간과 최대 근로 시간 등 전공의 규정을 적용할 수는 없을 텐데 현장의 의료 상황이 매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그 의료기관의 책임하에 운영하도록 지금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법적 제도들을 들이대기보다 4주간, 단기이니 현장 의료 수요에 맞춰서 기존 의료진과 '원 팀'이 돼 일을 해달라 부탁드린다"면서 "의료사고 책임도 기존 의료진과 동일하다. 보호장치는 추가 보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공보의에게 업무 거부 방법을 안내하는 지침이 근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올라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작성자는 "기본이 되는 마인드는 '병원에서 나에게 일을 강제로 시킬 권한이 있는 사람이 없다'이다"라며 "어떻게 도망 다닐지를 고민하라"고 적었다.

이와 관련해 박 차관은 "이는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라며 "병원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조치가 들어간다. 확인해서 수사 의뢰든 필요한 조치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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