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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 수술 당장 못하니 기다려라"…전공의 집단행동 피해는 환자 몫(종합)

전국 수련병원 8816명 사직서 제출…7813명 근무지 이탈
뇌출혈 환자에 대기 통보…수술 연기·취소 불안감도 떠앉아

(전국=뉴스1) 유재규 기자, 김지혜 기자, 김태진 기자, 박소영 기자, 박지현 기자, 손연우 기자, 양희문 기자, 오현지 기자, 이성덕 기자, 천선휴 기자 | 2024-02-21 14:26 송고 | 2024-02-21 15:43 최종수정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이틀째인 21일 오후 제주대학교병원 접수처 전광판에 각 과별 진료 접수 마감 안내가 뜨고 있다. 2024.2.21/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이틀째인 21일 오후 제주대학교병원 접수처 전광판에 각 과별 진료 접수 마감 안내가 뜨고 있다. 2024.2.21/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의과대학 증원 반발로 전국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했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결과 전공의 71.2%인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63.1%인 7813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전공의들의 사직서는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밝힌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는 5397명이다. 전날 근무지 이탈자 6112명 중 715명은 다시 복귀했다.

전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로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58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 의정부시 금오동 소재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속 전공의 67명 중 52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근무지 이탈자는 49명에 달했다. 병원 측은 전문의, 간호사 등 가용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진료 및 수술 등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가천대 길병원의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전원 출근했다. 다만, 수술취소 등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들은 실제 업무의 70% 정도만 소화하고 있다. '코드블루' 상황에서는 대처하겠다고 했으나 위급상황이 아닌 진료업무는 맡지 않고 있다.

대전성모병원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전공의 69명 가운데 인턴 21명, 레지던트 32명 등 총 5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중 인턴 3명, 레지던트 11명은 정상 출근했다. 나머지 34명에 대해서는 업무개시명령이 떨어졌다.

울산의 유일한 수련병원인 울산대병원 역시,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전체 소속 전공의 126명 중 82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업무개시명령에 복귀한 인원은 50명, 미복귀 인원은 32명이다.

이 상황에서 울산대 의대에서도 학생 총 240명 중 193명이 휴학계를 내는 것으로 집단행동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 진료거부로 인해 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2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2024.2.2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 진료거부로 인해 의료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2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가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2024.2.2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부산의 부산대병원 소속 전공의 236명 중 216명이 사직서를 내고 이틀째 진료를 거부하고 있다. 현재까지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도 없다.

일정이 잡힌 수술도 30%가량 미뤄졌다. 응급, 중증도가 높은 수술을 위주로 이뤄지고 있으나 급하지 않은 수술은 교수들 자체적으로 일정을 조율 중이다. 

정부와 전공의들의 대립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만 떠안게 됐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내원한 A 씨(60대·여)는 집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대학병원으로 응급이송돼 뇌출혈 증상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병원 측은 A 씨에게 "뇌출혈 수술을 할 수 있는 기기가 없다. 다른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하자 A 씨는 곧바로 다른 대학병원으로 갔다. A 씨는 다른 대학병원으로 곧장 이동했지만 해당 대학병원도 "응급환자가 아니라 수술 날짜를 바로잡지 못한다. 집에서 기다려라"는 안내를 받았다.

"입원해 수술 날짜를 기다리면 되지 않겠냐"는 A 씨 가족들의 물음에 병원 측은 "수술환자가 아니어서 안 된다"고만 전했다.

환자들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진료 및 수술 일정에 전전긍긍할 뿐이다.

백내장 검진을 위해 광주 조선대병원에 내원한 백옥례 씨(75·여)는 진료 대기 시간은 최대 2시간으로 늘었다. 백 씨는 "광주에서 큰 병원으로 중증 환자들이 많이 방문하는데 (전공의 이탈이) 길어지면 피해는 환자몫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제주도 제주시 소재 종합병원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때문에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서귀포에서 응급수술과 처치가 필요한 고령의 폐렴 환자, 뇌졸중 환자, 교통사고 환자가 발생했을 땐 대부분 제주대병원이나 권역외상센터가 설치된 제주한라병원으로 이송된다. 서귀포의료원에서 제주시 종합병원으로 전원되는 환자 수는 연평균 700~800명을 웃돈다.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강 모 씨(43)는 "제주시내로 옮겨가도 전공의가 부족해 급한 수술 환자가 제때 치료를 못 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누가 책임을 질는지 모르겠다"고 불안해했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공의의 71.2%인 8천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2024.2.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공의의 71.2%인 8천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2024.2.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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