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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도 대리도 한 시간째 안 잡혀"…연말 다시 시작된 '귀가 전쟁'

빈차등 켜져도 '쓱', 승차 거부 다반사…"비싼 호출도 소용 없어"
송년회 시즌 밤 9시~10시대 택시 품귀…이번에도 요금만 올라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2023-12-17 07:30 송고 | 2023-12-17 10:32 최종수정
2023.1.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2023.1.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택시가 너무 안 잡혀서 역삼역에서 신논현역까지 두 정거장을 걸어왔어요."

지난 15일 밤 11시쯤 서울 신논현역 6번 출구 앞에서 만난 직장인 유모씨(28)는 "역삼역 근처에서 회식을 마치고서 택시를 불렀는데 한 시간 가까이 못 잡았다"며 "택시가 안 잡혀서 걷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장소에서 만난 김모씨(30)도 "열번 정도 호출했는데 계속 택시가 안 잡힌다"며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도 그냥 지나가버린다"고 말했다. 결국 30분 넘게 택시를 기다리던 김씨는 "건대입구역, 회기역, 강서구 이렇게 세 곳에 들렀다 가는 식으로 나눠타고 가야할 것 같다"며 일행 3명과 한 차에 몸을 구겨 넣었다.

대리기사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광화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A씨(49)는 지난 14일 오후 10시쯤 회식을 끝내고 대리운전을 불렀다. 평소 이용하던 앱으로 목적지인 고양시를 입력하자 평소보다 높은 가격이 표시됐다. 우선 가장 저렴한 요금부터 시도했다. 하지만 5분이 지나도록 응답이 없었다.

다른 대리기사 앱을 이용해 봤지만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20분 가까이 씨름을 하다 결국 포기하고 최상단에 뜬 요금으로 호출했다. 평소 같았으면 금방 대리기사가 배정이 됐겠지만 이 역시 응답이 없었다. AI가 추천한 요금은 이미 최초 가격보다 1만원 이상 올라 있었다. 결국 5만원을 한참 넘기고 난 이후에야 대리기사가 배정됐다.

◇ 빈차 등 켜져있어도 '쓱' 지나가…연말 '택시 대란' 되풀이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회식과 모임으로 밤 늦게 귀가하는 일들이 많아진 연말, 시민들은 심야 귀가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금요일과 주말에는 택시 잡기가 어려워 막차가 끊기고도 발만 동동 구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승차 거부를 당했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허모씨(26)는 "빈차 등이 켜진 택시를 불러 세워도 다 예약 있다고 하며 태워주질 않는다"며 "다섯 번 정도 콜했는데 계속 안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이천에 거주한다는 허씨는 "원래 할증까지 붙는 거리라 잘 잡히는 편인데 오늘 유독 안 잡혀서 아무래도 그냥 버스타고 가야 할 것 같다"며 발길을 돌렸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최모씨(32)는 "택시 정류장에 사람이 수십 명은 기다리고 있는데 한 시간째 택시가 한 대도 오지 않았다"며 "비싼 호출로 불러도 오질 않아서 계속 기다리다가 겨우 탔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서울개인택시조합이 심야 승차난 해소를 위해 승차지원단을 운영하며 시민들의 택시 탑승을 돕고 있다.2022.5.1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시와 서울개인택시조합이 심야 승차난 해소를 위해 승차지원단을 운영하며 시민들의 택시 탑승을 돕고 있다.2022.5.1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택시요금만 올랐다"…고령화·기사 부족에 운행 택시는 오히려 감소

또 반복되는 연말 택시 대란에 시민들은 "택시요금만 올랐다"며 불만을 쏟아낸다. 올 2월 택시요금 인상 명분으로 내세웠던 서비스 개선을 고사하고 택시 이용이 더 힘들어진 때문이다. 
 
이처럼 택시난이 심각해진 것은 연말연시를 맞아 늘어난 승객 수요를 택시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택시의 경우 기사 고령화로 인해 심야시간대 운행을 기피하려는 추세가 뚜렷해졌고, 법인 택시는 배달업계 이직 등으로 기사가 감소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심야 택시 운행대수는 평균 2만1617대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2만6566대) 대비 5000대 가까이 줄어들었다.  

서울 을지로에서 만난 60대 개인택시 기사 임모씨는 "저녁 시간대 먼 지역으로 가면 빈 차로 돌아와야 해서 사실상 적자"라며 "야간에는 힘들어서 운행을 잘 안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밤늦게 번화가에서만 택시 잡기가 좀 힘들지 나머지 지역은 그 정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이사는 "강제 휴무제를 풀어서 기사들을 나오게 하려고 했지만 개인택시는 기사분들이 나이가 많다 보니 밤에 안 나오고 낮에만 운행한다"며 "법인 택시의 경우 저녁시간에 운전하겠다는 기사들이 없어서 차고지에서 잠자고 있는 택시가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택시기사는 주40시간 이상의 월급제로만 일할 수 있지만 원하는 때 일할 수 있도록 근로 형태를 유연하게 해야 한다"며 "법인 택시 기사가 많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택시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택시 심야 승차난을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22일까지 매주 목‧금요일마다 '심야 승차지원단'을 운영한다. 인파가 몰리는 강남역‧종로2가‧건대입구‧상암‧여의도역‧서울역‧용산역‧수서역 등이 대상이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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