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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비대면 진료? 못 믿어, 차라리 오픈런"…부모들 시큰둥

"가벼운 증상이면 몰라도 내 아이 가슴에 청진기 대봐야 안심"
의료계 "소아 비대면 진료에 부적합", "위험성 과소평과 안돼"

(울산=뉴스1) 김지혜 기자 | 2023-12-09 06:00 송고
8일 울산의 한 병원 1층 소아과 진료실 앞은 환아들과 보호자들로 북적이고 있다.2023.12.8/뉴스1 © News1 김지혜 기자
8일 울산의 한 병원 1층 소아과 진료실 앞은 환아들과 보호자들로 북적이고 있다.2023.12.8/뉴스1 © News1 김지혜 기자

"비대면진료라…. 번거롭더라도 그냥 '오픈런'할 것 같은데요."

8일 울산의 남구의 한 종합병원 1층 소아과 진료실 앞에는 울며 보채는 아픈 아이와 이를 달래는 보호자들로 북적거렸다. 지난 4월 이모·할아버지까지 '오픈런'이라는 주제로 취재할 당시에도 북적거렸던 상황은 약 8개월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이날도 오픈런을 했다는 유모씨(42)는 "소아과는 기다리는 게 어쩔 수 없어요. 아침 6시에 와서 뽑았는데도 23번이더라"며 고개를 저었다. 유씨는 "딸이 6살인데 면연력이 약하다 보니 거의 두 달에 한번 꼴로는 병원을 찾는데 매번 이렇다"면서도 비대면 진료에 대해 묻자 "아이가 기다리는 걸 힘들어하고 저도 힘들긴 하지만서도 아이가 아픈 문제인데, 제대로 진료가 될까 의구심이 든다"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보호자 장모씨(33)의 반응도 비슷하게 시큰둥했다. 장씨는 "믿을 수 있나요? 가벼운 증상은 비대면 진료를 고려해 보겠지만, 아이 기침 소리가 거칠다든지 심각하다고 판단될 때는 번거롭더라도 병원을 찾을 것 같다"며 "직접 의사선생님을 만나고, 아이 가슴에 청진기를 대봐야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위험성이 과소평가 되어선 안 되는 영아의 특수성 고려해야" 우려 목소리

보건복지부는 15일부터 휴일·야간 비대면 진료 및 필요시 약 처방 허용을 전국민 대상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복지부는 휴일과 야간에는 의원급 의료기관 대부분이 문을 닫기 때문에 진료를 받기가 어려운 점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연령대의 환자가 초진이더라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면 허용했다.
특히 울산의 경우 광역시 중 유일하게 밤 11시까지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이 없어 비대면 진료는 야간 시간에도 진료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또 비대면 진료로 환아가 분산되면 '진료 과밀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와 달리 영아의 특성상 위험하다는 의료계의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6일 기자회견을 열어 "소아의 경우 증상 표현이 모호해 진단이 어려운 데다, 병이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비대면 진료에 적합하지 않다"며 "정말 문제가 없는 정책이라면 사망자가 나왔을 때 정부가 책임질 수 있느냐"고 강력하게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4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도 "복지부가 휴일과 야간의 진료 보완이라는 명목으로 대면 진료 기록이 없는 초진 소아 환자에게 비대면 진료와 처방까지 허용한 것은 급성기의 간단한 증상이라 할지라도 위험성이 과소평가 되어선 안 되는 어린 영아와 소아청소년 진료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joojio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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