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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 확대 갈등 고조…15일 시행될 수 있을까

더 거칠어지는 의·약사단체…일부 소비자단체는 '환영'
"'밥그릇 싸움' 비화돼선 안 돼…정교한 분석 병행해야"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3-12-08 06:01 송고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단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폐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동석 회장(우측 두번째)은 보건복지부가 일방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대폭 확대한다면 참여 거부 선언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3.12.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단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폐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동석 회장(우측 두번째)은 보건복지부가 일방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대폭 확대한다면 참여 거부 선언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3.12.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오는 15일부터 시행될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보완방안을 두고 의사·약사단체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비대면진료를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의사와 약사의 협조 없이는 유명무실한 정책에 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진료는 지난 6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5일부터 '전 국민 휴일·야간 비대면진료 및 필요시 약 처방 허용' 등 적용 대상 범위를 넓힌다는 취지의 보완방안을 지난 1일 발표했다.

아울러 복지부는 비대면진료 보완방안이 안전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의사가 의학적 판단으로 비대면진료 부적합 환자를 진료하지 않아도 의료법상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 점을 지침에 명시하는 '대면 진료 요구권'을 명확하게 규정했다.

그러나 동네 의원·약국을 운영 중인 의·약사단체는 시행 철회는 물론, 참여 거부를 시사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로는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한계가 있어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40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번 보완방안을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 돈벌이를 위한 조치로 규정하며 "환자 의료비와 건강보험 지출만 늘릴 의료 민영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무상의료운동본부 주장과 달리 플랫폼 업계도 보완방안을 마냥 반가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비대면진료 초진 범위가 확대되긴 했지만, 약 배송은 여전히 극히 일부에게 허용되기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된 의료취약지 98개 시·군·구 지역민도 약은 직접 약국에서 받아야 한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구성원들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2023.5.2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구성원들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2023.5.2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이사이자 비대면진료 플랫폼 나만의닥터를 운영 중인 선재원 메라키플레이스 공동대표는 "8월 30일부터 관련 서비스 운영을 중단했으나 15일부터 재개한다. 앞으로 수요자가 충분히 있으리라 본다"면서도 "약 배송이 안 돼 반쪽짜리 방안"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일부 소비자단체도 대상범위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의료접근성 측면에서 약 배송도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복지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위원인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무총장은 "비급여 진료행위를 비대면진료 허용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 불필요한 논란이 될 수 있고 이 점을 악용하는 의료기관도 있을 테니 시범사업을 통한 효과성 측정을 위해서는 시급성을 요하지 않는 의료행위를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비대면진료 등 디지털 헬스 분야를 주목하고 있는 전문가들이나 소비자단체는 현재 시범사업으로 진행되는 만큼 의·약사단체 등이 반대만 하지 말고, 전향적인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지연 사무총장은 '의료 민영화' 주장에 대해 "지금의 IT 기술 발전을 소비자가 누려야 한다. 편의성 측면에서 개선된 부분이 많다. 플랫폼의 불공정·불투명 우려는 예방조치로 마련하면 될 일이지, 플랫폼의 존재 자체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도 "비대면진료의 장점은 확대하고 우려하는 문제는 통제 가능하도록 개선하면 된다. 시범사업은 제도화 전 문제점을 찾아 보완대책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며 "소극적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복지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의 위원인 권용진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이번 보완방안에 일률적 규제 없이 의료진에게 진료 재량권을 인정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권 교수는 "시범사업을 다양하게 진행하되 (의·약사단체 주장대로) 우려할 만한 일이 생기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그다음에) 1차 의료 강화 차원에서 상담, 교육, 지역사회 자원연계 관련 수가를 별도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의·약사단체나 플랫폼 업계가 내세우고 있는 주장은 각자의 밥그릇을 계산한 다툼으로 보인다며 "복지부도 정교한 분석에 기반한 방안을 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했다.

김 교수는 "주치의제도 활용, 약 배송 허용 등 환자한테 필요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범사업 보완방안이 기형적"이라며 "환자를 위한 비대면진료라면 희귀질환자와 수술 후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의 비대면진료는 허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각계 주장이 다양하고 의·약사단체 반발도 거센 데 대해 복지부는 시범사업을 시행하며 꾸준히 의견수렴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면진료 요구권이 부여된 만큼 시행해 보며, 관련 의·약사단체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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