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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변경도 리모델링도 못하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 '통제권' 챙겨라[박원갑의 집과삶]

(서울=뉴스1)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 2023-11-13 08:00 송고 | 2023-11-13 09:55 최종수정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들. 2023.1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체스 보드에선 제가 주도하고 통제할 수 있죠.”
며칠 전 보육원 출신 체스 천재 소녀의 성공 스토리를 다룬 드라마 '퀸즈 캠빗'를 흥미롭게 봤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하먼(안야 테일러 조이 분)의 대사는 지금도 뇌리를 스친다. 그녀에게 체스 보드는 64칸으로 이뤄지는 하나의 세상이다. 그 보드 안에선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상대방의 수를 읽어 앞으로 판이 어떻게 펼쳐질지 미리 내다볼 정도로 고단수다. 하지만 게임에서 항상 성공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녀는 “다치더라도(실패하더라도) 제 탓인 거죠”라고 말한다. 그녀가 체스 게임에서 통제감을 확실히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리학에서 통제감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통제권을 갖는 것을 말한다. 통제감은 나의 의지대로, 계획대로 세상을 꾸려나가는 것이다. 세상은 위험하고, 또 결과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아마도 통제감을 상실하면 무력감을 느낄 것이다.
사실 사람은 심리적으로 위험보다 불확실성을 더 두려워한다. 위험은 어느 정도 확률이 알려지지만, 불확실성은 그 확률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위험은 어느 정도 나의 노력으로 통제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은 통제 자체가 내 영역 밖이다. 그래서 불확실성은 때로는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자, 부동산칼럼이니 부동산으로 되돌아오자.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부동산 투자에서도 통제감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팔리지도 않고 업종 변경도 안 되고, 어찌해 볼 수가 없네요.”
최근 신도시 아파트 단지 인근에 분양상가를 받은 김형직씨(가명·61). 6개월째 공실이 이어지자 업종 변경을 고려했다가 상가번영회 상가관리규약상 변경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재산세나 대출이자라도 건져야 하는데, 임대가 되지 않으니 골칫덩어리가 되었다”며 “이렇다 할 대응 방법이 없더라”고 말했다.

요즘 은퇴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수익형 부동산은 ‘분양상가’가 상당수 차지한다. 분양상가는 개발업체가 땅을 사서 상가건물로 개발한 뒤 호수별로 개인에게 분양한 상가다. 상가 한 칸의 소유주가 다르고 각자 등기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구분상가’라고도 부른다.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의 상가 주인이 있는 셈이다. 아파트 단지 인근의 근린상가, 도심의 테마형 쇼핑몰이 대표적이다.
분양상가 주인들은 소비패턴의 디지털화에 경기 침체까지 겹쳐 장사하려는 세입자들이 많지 않아 애를 태운다. 그나마 임차수요가 있는 업무용 빌딩으로 용도 변경하거나 리모델링을 하고 싶어도 주인이 너무 많아 의견일치를 보기 힘들다. 건물주인은 하고 싶어도 장사를 하는 세입자의 반대에 부딪혀 진척이 어렵다. 테마형 쇼핑몰을 분양받은 한 지인은 “상가 주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임대료 낮추는 것밖에 없다는 데서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더욱이 대지지분이 작아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사람에게 팔기도 어렵다. 오로지 임대수익만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구조이다 보니 금리 인상이나 임대료 등 변수에 흔들리기 쉽다.

투자자들이 이른바 ‘통건물’인 상가빌딩을 선호하는 것은 많은 대지지분 이외에 통제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내가 통째로 소유하고 있으니 마음대로 리모델링이나 개발, 업종 변경을 할 수 있어서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개발업자에게 매각도 할 수 있으니 운신의 폭이 넓다. 통제감을 행사할 수 있는 부동산은 그렇지 않은 부동산보다 가치가 높은 셈이다.

상업용 부동산이 아니더라도 일반 부동산을 살 때도 통제감을 행사할 수 있는 상품을 고르는 게 좋다. 요즘 홍역을 치르고 있는 지식산업센터, 분양형 호텔, 생활형숙박시설은 대표적인 틈새상품이다. 틈새 상품은 거래가 드물어 내가 팔고 싶어도 팔기 힘들다. 분양형 호텔은 아예 물건을 사고파는 중개업자마저 드물다. 아파트를 고를 때도 이왕이면 원하는 시기에 팔 수 있는 2000가구 이상의 대단지가 좋을 것이다. 대단지 아파트는 금융상품처럼 사고 팔린다.

아파트를 자주 사고팔아 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내 부동산에 대한 통제감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부동산 시장 상황이 갑자기 얼어붙으면 대부분 거래가 꽁꽁 얼어붙지만 그나마 대단지에선 거래가 이뤄진다. 그만큼 환금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요컨대 부동산에 투자할 때 통제감을 어느 정도 가질 수 있는지를 한번 생각해보라. 어느 부동산이든 100%의 통제감을 갖기 어렵지만, 그 비율이 높을수록 좋은 상품이 아닌가 싶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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