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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개념 제각각…첫 단추부터 잘못 끼울 판 [필수의료를 살리자①]

국민 인식 "건강보험으로 보장되거나, 보장될 분야"
국민 생명과 직결될 의료행위란 원칙에는 이견 없어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3-09-18 08:08 송고 | 2023-09-18 08:57 최종수정
편집자주 2022년 7월 대형병원에서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간호사가 수술할 의사가 없어 숨진 사건을 계기로 필수의료 붕괴 위기 극복을 위한 각계의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나 갈등만 커지는 모습이다. 뉴스1이 총 3회에 걸쳐 필수의료의 정의와 붕괴원인 그리고 해결책을 알아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2.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2.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2022년 7월 대형병원에서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진 간호사가 수술할 의사가 없어 숨진 사건을 계기로 필수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중요성이 커졌다. 정부도 필수의료 분야 기반을 다지는데 적극 지원하리라 약속했다. 그러나 필수의료가 무엇인지 통용되거나 합의된 정의가 없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필수의료의 개념을 세분화하고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과 "의료의 특성상 대다수 의료행위가 필수의료다. 개념 정의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공통점은 지금 시점에 시급히 정책적으로 지원받아야 할 필수의료 분야부터 지원해 주자는 데 있다.

◇"필수의료 폭넓게 규정 vs 더 세부적이고 축소된 개념 필요" 맞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022년 7월 대형병원 근무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을 계기로 그해 8월 '필수의료 종합 지원대책' 수립을 약속한 채 의료계 등을 대상으로 각자 생각하는 필수의료의 정의를 묻고 정책 제안을 받았다.
정책 제안에는 총 26개 단체가 의견을 냈다. 특히 26개 진료과 중 안과·병리과·진단검사의학과·결핵과·방사선종양학과·예방의학과·직업환경의학과를 제외하고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가볼 만한 대다수 진료과 단체는 "우리도 필수의료"라는 입장을 전했다.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의견수렴 주요내용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의견수렴 주요내용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필수(必須)의 사전적 정의는 꼭 있어야 하거나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필수의료는 꼭 필요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 의료로 지칭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뉴스1에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한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행위는 기본적으로 필수의료"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필수의료의 실질적 강화와 정책 발전을 위해서는 더 세부적이고 축소된 개념이 필요하고, 필수의 우선순위와 지원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면서 국민과 의료계, 정부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된 개념을 도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나 개념도 없는데 당장 눈앞에 드러난 몇 가지만 해결하고 넘어가면 필수의료는 계속 문제 될 것"이라며 "복지부는 정책을 분명한 원칙에 맞춰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이 지난 2월 발간한 '필수의료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우선 필수의료와 관련해 국내·외에 통일된 개념이 도출돼 있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건강 문제를 비용·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필요한 근거 기반 기술이라고 폭넓게 정의한 상태다.

국내 개념은 갈수록 커졌다. 2005년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에서 필수보건의료는 전염병 대응체계와 비시장성 필수공공재 공급기반 확충 필요 분야를 말한다. 응급, 혈액, 재활 등 공급기반이 취약한 의료가 포함되지만 최근 문제가 된 '소아과 오픈런 현상'을 담지 못한다.

그러다가 2021년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은 '모든 국민이 누구나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의료서비스'로 필수의료를 규정했다. 연구원은 "필수보건의료의 개념이 전체 공공보건의료 정책을 포괄하는 상위개념으로 해석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필수의료의 개념은 클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동네에서 일차적으로 환자를 수용하는'일차의료'를 지향하는 대한가정의학회는 "중증 필수진료 지원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묵묵히 동네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국민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필수의료에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영상의학회도 "질병 진단과 치료에 필요한 모든 의료서비스를 필수의료라고 한다. 질환에 따라 경증이나 응급/비응급으로 나눌 수 있으나 특정 질환이 타 질환에 대해서 항상 우선된 자원과 치료를 선점할 수는 없다. 특정 진료과만 필수의료라고 지정하는 것도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도 "학술적 정의는 없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우선 보장해야 할 정책적 우선순위가 높은 의료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의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의료계가 필수의료에 대한 정치적 에너지를 잘 활용하는 게 좋다"고 전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이 필수의료 활성화 연구의 일환으로 국민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각각 필수의료 관련 인식을 설문조사한 결과 국민은 건강보험을 통해 보장되거나 보장성이 확대될 필요가 있는 분야로 필수의료를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의사들은 생명과 직결된 의료를 필수의료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특정 의료행위들을 중심으로 필수의료 국가 정책방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했다. 연구원은 "복지부가 정의하는 필수의료의 개념이 의사에게는 인식되고 있지만, 국민에게는 인지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강보험으로 보장되거나 보장될 필요가 있는 분야에 대한 국민 인식이 현시점에 지원이 필요한 필수의료를 도울 근거가 된다는 시각도 제시됐다. 우봉식 연구원장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한데 국민이 이를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욱 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장(가정의학과 교수)은 "이해관계자들이 각자 이해를 반영하려는 방식의 논의는 우려된다. 특정한 의료행위별로 어떤 부분에 좀 더 많은 보상과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지 고민하는 방향의 논의를 바란다"고 제언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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