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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68번 하고도 암 발견 못해" vs "의사 오진 161배 많아" (종합)

양의계-한의계, 초음파사용 파기환송심 앞두고 갈등 고조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2023-09-11 15:07 송고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의사 초음파 사용 관련 파기환송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9.1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의사 초음파 사용 관련 파기환송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9.1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 파기환송심을 사흘 앞두고 양의계와 한의계의 갈등이 또 다시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의협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에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압박했고, 한의협은 "경거망동 한 행태"라며 맞대응했다.

의협은 11일 협회 대회의실에서 '한의사 초음파사용 관련 파기환송심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의사들의 초음파기기 사용이 진단의 보조적 수단이라는 모호한 표현이 아닌 직접적 사용을 금한다는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며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은 현대 의과 의료기기 사용은 보건위생상 중대한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밝혔다.  
해당 소송은 한의사 박모씨가 2010년 3월~2012년 6월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해 자궁내막증식증을 앓고 있던 환자 A씨의 신체 내부 촬영, 자궁 내막 상태 확인 등을 진료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한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한의사 박씨는 2년여 간 A씨에게 68회 초음파 검사를 했고 한약을 처방했다. 하지만 병에 차도가 보이지 않자 A씨는 동네 산부인과를 찾았다. '큰 덩어리가 보이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전원 권유를 받은 A씨는 서울시보라매병원에서 자궁내막암 2기 판정을 받았다.  

이에 황성일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초음파 검사의 자궁내막암 진단 민감도는 문헌상 약 90%로 알려져 있다"며 "정상적인 의사가 68회의 독립 시행에서도 이를 찾아내지 못하는 확률은 사실상 0%"라고 지적했다.
1심과 2심은 2016년 박씨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벌금 8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현대의 진단용 의료기기는 과학기술을 통해 발명·제작됐으며 의사만이 독점으로 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한의사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무려 68회의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고도 이상소견을 발견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쳐 환자를 위험에 빠트리게 한 사례만 봐도 한의사들이 체계적으로 학습 및 실습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의과 의료기기를 사용해왔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은 현대 의과 의료기기 사용은 보건위생상 중대한 문제를 발생시키고 환자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므로 이번만큼은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규탄 기자회견' 중 삭발을 하는 모습. (대한의사협회 제공) 2022.12.26/뉴스1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규탄 기자회견' 중 삭발을 하는 모습. (대한의사협회 제공) 2022.12.26/뉴스1

대한한의사협회는 이에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의협이 내부 정치를 하고 있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한의협은 "의협은 법원 판결을 사흘 앞둔 상황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초법적이고 경거망동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 합법이라는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혼란스러운 의협 내부 정치를 위한 행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한의협은 한의사 박씨가 2년간 68회 초음파 검사를 했음에도 암을 진단하지 못했다고 비판한 의협을 겨냥해 '양의계 오진이 한의계보다 161배 많다'고 반박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발간한 '2022년도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연보'에 따르면, 의료분쟁조정신청 중 오진으로 인한 신청 158건 가운데 양의계 오진이 153건(96.8%)인 반면 한의계는 1건(0.6%)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면서 한의협은 "양의계는 한의사의 오진에 대해 걱정할 것이 아니라 본인들의 오진 실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일 것"이라며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판단을 존중하며 파기환송심에서도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한다"고 했다.

한의사 초음파 사용에 대한 파기환송심은 지난달 24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성복)는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박씨에 대한 선고를 연기하고 변론재개 결정을 내렸다. 연기된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은 오는 14일 열릴 예정이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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