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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목숨이 왔다갔다하지만 공무원들은 '기피 1순위' 부서

[이슈점검-오송참사]④권한 없이 책임만 부여, 낮은 직급에 순환보직
해마다 재난유형 급변…전문 인력 양성 시급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2023-08-07 06:13 송고 | 2023-08-07 11:43 최종수정
편집자주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는 무고한 시민 14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미호강 임시제방 불법‧부실 시공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에 관계기관의 안일한 대응이 더해진 인재(人災)이자 관재(官災)였다. 침수 위험을 알린 수많은 경고는 묵살됐고, 참사를 막을 수많았던 기회와 인명을 구조할 골든타임을 모두 놓쳤다. 뉴스1은 무엇이 문제였는지 당시 참상을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과제를 5회에 걸쳐 보도한다.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과 소방당국이 수색,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2023.7.1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과 소방당국이 수색,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2023.7.1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오송 지하차도 참사 원인 중 하나로 재난상황 전파 미흡이 지적됐다.

당시 재난상황을 담당하는 청주시 재난안전상황실에는 방재안전직 전문인력 1명만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벽부터 각 기관으로부터 통신망, 전화 등을 통해 오는 수 백 건의 연락에 해당 직원은 이 상황을 어디까지 알릴 수 있었을까.

◇"시한폭탄 안은 재난부서" 권한 없고 책임만

지자체의 재난·안전 부서는 '기피 1순위'로 꼽힌다. 재난 부서에 배치되는 순간부터 탈출하려 애쓰고, 정 안되면 휴직까지 신청한다. 그 자리는 신규 발령자로 채워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고가 발생하면 대처는 미흡할 수밖에 없고 자신의 역할이나 업무조차 제대로 알지 못할 때도 많다. 재난 담당 공무원들은 '재난부서는 시한폭탄, 재난담당 공무원은 시한부'라고 말한다.
각종 재해가 발생하면 주말근무와 새벽출근이 일상이고, 휴가 중에도 돌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지역을 벗어날 수 없다.

여기에 민원인들의 비난에도 자유로울 수 없다. 매뉴얼에 따라 원칙대로 하면 융통성이 없다는 지적을 듣고, 적극적인 조치는 과잉대응이라 비판받는다.

재난 상황마다 매뉴얼은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 선제적 대처하려면 주관적 판단이 필요할 때가 많다. 주관적 판단에 따라 조치를 하고도 피해가 없거나 적으면 "왜 네 멋대로 했어"라는 핀잔을 듣는다. 

아무 피해 없이 재난 상황을 넘겨야 본전이다. 평소 아무리 일을 잘해도 재난 상황시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 공무원들이 재난부서를 기피하는 이유다.

◇행안부 방재안전직렬 신설…절반은 퇴직

2013년 신설된 방재안전직렬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본격적으로 채용됐다. 그러나 '2022년 지자체 공무원 인사통계'를 보면 방재안전직 공무원은 전국에 총 791명이다. 30만여 명에 달하는 전체 공무원의 0.25%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4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20-2024년)'을 발표하며 2024년까지 1640명을 확충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과연 2024년까지 목표인원을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행안부 '시·군·구 방재안전직렬 공무원 채용퇴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해당직렬 채용인원 대비 퇴직자 비율은 2017년 17.4%, 2018년 17.2%, 2019년 26.6%, 2020년 36.7%로 매년 늘고 있다. 2021년에는 채용인원 105명 중 절반인 51명(48.6%)이 공직을 떠났다.

이번 사고보다 앞선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관할 용산구청에 방재안전직 공무원이 단 1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재난상황을 전담하는 지자체 인력 부족이 부실 대응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검찰 오송참사 수사본부 관계자들이 24일 오후 충북도청 자연재난과 등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들고 도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송 지하차도 참사 관련 도청과 충북경찰청, 청주시청, 행복청 등 10곳을 압수수색했다. 2023.7.24/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검찰 오송참사 수사본부 관계자들이 24일 오후 충북도청 자연재난과 등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들고 도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송 지하차도 참사 관련 도청과 충북경찰청, 청주시청, 행복청 등 10곳을 압수수색했다. 2023.7.24/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낮은 직급에 순환 보직…전문가 양성 어렵다

지자체마다 재난 부서는 방재안전직을 비롯해 토목직, 행정직 등 다양한 직렬의 공무원들이 돌아가면서 업무를 맡는 순환보직 형태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순환보직체계는 과로나 과도한 책임감을 분산시키는 효과는 있으나 재난 전문가는 양성할 수 없는 구조다. 충북도만 봐도 올해 기준 재난안전실 근무자의 평균 근무기간은 1년2개월에 불과하다.

게다가 방재안전직 공무원은 대부분 8~9급으로 임용된다. 직렬이 생긴지 얼마되지 않아 부서에서 가장 낮은 직급에 속해 있다. 과장 등 간부급 공무원은 다른 보직에서 옮겨와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순환보직체계로는 전문성을 갖기 어렵다.

재난 상황이 벌어지면 안전관리체계나 안전관리 규정이 제대로 있는지, 그리고 그대로 이행했는지부터 따진다. 또 담당 직원 전문교육은 제대로 했는지도 확인한다.

이런 상황에서 매뉴얼이 그리고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 재난담당 직원의 비중은 많지 않다. 순환보직체계에서 정기적인 전문 교육도 큰 의미는 없다. 재난 상황에 누구에게 어떤 내용으로 보고를 하고, 또 어떤 지시를 내려야 할지 재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

해마다 이상기후가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 되면서 재난유형은 변화하고 재난 상황에 대응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전문성 있는 재난대응 인력을 키우는 게 시급하다. 재난 관련 부서의 공무원들이 긍지를 갖고 일하도록 하는 근본대책이 없다면 인재(人災)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vin0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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