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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환자 107만명인데 입원 병상 태부족…"정상인 가족도 미칠 지경"

6년새 폐쇄병상 18% 감소…"환자가족, 이송과 입원 걱정"
의료계 "수가 낮아 유지할수록 손해"…필수의료 지정 요구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3-07-07 06:50 송고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조현병이 있는 두 아들을 둔 작가가 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은 '내 아들은 조현병입니다'인데 미국에서의 원제목은 '미친 사람들에겐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no one cares about crazy people)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미친 사람들을 치료하는 정신 의료에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요."

김영희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이 뉴스1 취재진을 만나 한 얘기다. 김 정책위원장은 친형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정신질환자를 둔 가족의 부담이 너무 크다. 조현병도 급성 증상이 나타나면 응급실에 가야 하는데 오롯이 그 가족이 이송과 입원을 걱정한다. 국가의 적극적 관여와 비용 지원이 필수"라고 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최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의 '중증 응급정신의료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등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정신질환 치료에 필요한 정신과 폐쇄병상 수는 5만5364개로 2017년 6만7298개보다 18% 줄었다. 이중 상급종합병원 내 병상은 3806개다.

폐쇄병동은 일반병실 같은 개방병동과 달리 환자의 건강과 안전 또는 타인의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판단될 경우 입원하는 정신병동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입원실 폐쇄 병상 수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정신건강의학과 입원실 폐쇄 병상 수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그런데 △조현병 △지속적 망상장애 △조증 에피소드 △양극성 정동장애 △우울 에피소드 △재발성 우울장애 같은 자살 시도 및 발작 등 신체질환을 동반할 우려가 있는 중증 정신질환자 수를 추산해 보면 2022년 1~9월까지 107만2846명으로 2017년 86만1143명보다 25% 늘었다.

절대적으로 병상수가 부족하다. 환자와 학계 전문가들은 "급성기 치료를 위해서는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해야 하는데 병상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에 도움이 안 되니 폐쇄병동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내 최초의 정신병원인 청량리정신병원이 지난 2018년 문을 닫았고 2022년 성안드레아병원도 정신과 병동을 폐쇄했다. 입원진료 수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게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22년 기준 상급종합병원 정신과의 입원 일당 진료비가 25만134원으로 다른 진료과 평균의 39% 수준이다.

진료 수가 비교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진료 수가 비교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생업이 힘든 질환 특성 탓에 의료급여 환자가 많다. 수가는 건강보험 환자보다 낮아 병원이 환영해 줄리 만무하다. 학회 보험이사인 이병철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급성기 치료에는 의료자원이 많이 소요되는데 수가 구분이 없고, 또 낮아 접근성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이병철 교수는 중증 환자의 장기 입원과 높은 자살률, 정신과 진료 기피 등 한국과 비슷한 환경이었던 일본이 정신질환 치료 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던 배경에 급성기 입원과 신체질환 동반 입원 진료수가 인상이 있었다는 점을 소개했다.

이 교수는 "사회적 문제로 커질 게 보이니 일본은 투자를 했다. 신체질환을 동반하거나 중증 응급 등 병원에서 감당하기 힘든 환자들에 대한 고강도 치료 수가를 제공했다. 그 결과 필요 인력들이 공급되고 급성기 치료를 하는 곳이 늘어 자연적으로 환자 치료가 개선됐다"고 했다.

이에 따라 급성기 중증 정신건강 질환 치료를 '필수의료'로 정해,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현재 폐쇄병상 감소로 전공의 수련병원 수도 줄어든다면 장기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대한신경정신학회 정책연구소장이자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의 이동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다른 과에서 (정신과에) 전공의가 차고 넘치는데 왜 필수의료로 지정해달라는 것이냐며 의아해할 테지만 전공의가 충분해도 기피 분야로 가지 않으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의 손지훈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편견을 바탕으로 설계된 지불 체계와 열악한 환경 등으로 급성기 때부터 치료가 되지 못하는 셈"이라면서 △지불체계 재편성 △예산 지원 △전공의 배정 △병원인증평가 등 정책 지원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급성기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를 위한 수가가 오를 수 있게 방향성을 갖고 전문가들과 고민해 보겠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사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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