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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세포도 뱀처럼 허물을 벗는다"

지스트 전창덕 교수 연구팀, T임파구 성장 비밀 밝혀
"허물 벗어야 살고, 못 벗으면 죽어"…'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게재

(광주=뉴스1) 조영석 기자 | 2023-06-29 08:34 송고 | 2023-06-30 16:58 최종수정
전창덕 교수(왼쪽)와 박정수 박사(지스트 제공)/뉴스1  
전창덕 교수(왼쪽)와 박정수 박사(지스트 제공)/뉴스1  

국내 연구진이 포유류의 면역세포도 뱀처럼 허물벗기를 해야만 활성화되고 허물벗기에 실패하면 죽게 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 전창덕 생명과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은 '면역사령관' T임파구도 뱀이나 곤충처럼 '허물벗기(molting)'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9일 밝혔다.     
허물벗기는 동물이 몸의 일부를 벗겨냄으로써 성장과 재생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생명 유지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껍질을 벗는 곤충과 뱀뿐 아니라 털갈이를 하는 포유류와 조류도 이에 해당하며 허물벗기에 실패한 개체는 수명을 다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T임파구가 활성화되고 증식하는데 허물벗기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했다.
T임파구는 포유류의 면역계에서 외부 침입자에 대한 면역반응을 유도하고 공격하는 일종의 '면역사령관'으로 그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야 적절히 방어할 수 있기 때문에 T임파구를 많이 생성할수록 좋은 백신으로 보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침입자를 인식하는 T임파구 수용체(TCR)의 신호나 사이토카인 분비에 의해 T임파구가 활성화된다고만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로 T임파구와 항원제시세포의 물리적 접촉 후 세포막 일부가 허물처럼 벗겨지는 현상이 반드시 수반돼야 T임파구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T임파구의 활성화를 유도한 후 전자현미경을 통해 T임파구의 미세융모가 확장된 다음 끊어져 나가는 방식으로 허물벗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T임파구 활성 조건에서 전자현미경을 통해 관찰한 허물벗기 현상(지스트 제공)/뉴스1 
T임파구 활성 조건에서 전자현미경을 통해 관찰한 허물벗기 현상(지스트 제공)/뉴스1 

특히 T임파구와 항원제시세포가 접촉할 때 T임파구 표면의 수용체가 감소하는 현상이 T임파구의 허물벗기 때문이며 허물을 벗지 못하는 T임파구는 증식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는 새로운 사실도 밝혀졌다.     

이 메커니즘은 면역세포 수가 급격히 줄어든 암 환자나 바이러스 질환자를 위한 치료법 개발에 응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T임파구에서 허물처럼 떨어져 나간 성분을 항암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직접 적용할 수도 있어 관련 플랫폼을 개발하는 연구도 수행 중이다.  

전창덕 교수는 "기존 연구를 답습하기보다 세계에서 유일한 연구에 도전하고 있다"며 "T임파구 활성 초기에 발생하는 수용체의 발현 감소가 학계의 기존 주장과 달리 허물벗기 현상에 의한 것임을 밝혀내 면역학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체계)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전 교수와 국립암센터 김혜란 박사가 지도하고 생명과학부 이선재 교수가 공동 참여했으며 박정수 박사가 수행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5월 24일 온라인 게재됐다.


kanjo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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