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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요가원 계속되는 '먹튀 폐업'…"배째라" 막을 방법 없나

민·형사 소송에도 피해 회복 쉽지 않아…사전 예방이 최선
전문가 "보증보험 의무 가입 등 소비자 보호장치 강화해야"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한병찬 기자 | 2023-06-18 07:00 송고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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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업체 사장을 잡아도 '돈이 없다'는 식으로 나오면 답이 없을 거 같아요. 끝까지 소송을 하더라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최근 먹튀 폐업 의혹이 제기된 모 헬스클럽 회원 A씨는 피해를 구제 받을 방법을 찾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잠적한 업주가 잡힌다고 하더라도 환불해 줄 여력이 없다고 버티면 별다른 방법이 없는 터라 답답하기만 하다.
헬스클럽 등 생활체육시설의 먹튀 폐업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들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업체 대표가 잠적하거나, 검거되더라도 금전적인 여력이 없다며 "배 째라"식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온전한 피해 복구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헬스클럽 같은 체육시설에도 보증보험 도입 등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지급명령·소송에도 버티면 그만…장기 할부 결제 했다면 '할부항변권' 행사해야

18일 법조계와 소비자단체 등에 따르면 '먹튀' 폐업을 당한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법원에 지급 명령을 신청하는 것이다. 법원은 채무자에 대해 별도의 심문 없이 채권자가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재판을 진행한다. 판결문은 일반 민사 재판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일반 재판 대비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만 지급명령의 경우 채무자의 주소를 알아야 한다. 폐업 업체 대표가 잠적해버리면 지급명령을 신청하기 어렵다. 지급명령 신청이 받아들여졌더라도 상대방이 2주 안에 이의를 제기하면 무효가 된다.

지급 명령이 막혔을 경우엔 민사와 형사 소송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업체 측에 채무 불이행에 따른 반환 청구·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기죄로 고소하는 식이다.

민·형사 소송에도 업체 측이 돈을 돌려줄 여력이 없다는 식으로 나오면, 딱히 방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기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형사적 처벌만 이뤄질 뿐이다.

하진규 변호사(법률사무소 파운더스)는 "고의 폐업 업체가 파산 신청을 해버리면 환불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민사 소송에 더해 압박용으로 형사 소송도 같이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민사 소송은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업주가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면 별 방법이 없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점을 악용해 마음 놓고 '먹튀' 폐업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용카드로 할부 결제를 했다면 할부항변권을 행사하는 것도 방법이다. 결제한 서비스가 계약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 카드사에 할부금 지급을 거절하는 권리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결제금액 20만원 이상, 할부 개월 수 3개월 이상 결제한 소비자라면 신용카드사에 신청할 수 있다.

먹튀 폐업 업체 대다수가 폐업 직전까지 현금 결제를 조건으로 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 만큼 할부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소비자는 일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 소비자 보호 사각지대 메워야…"보증보험 의무 가입 등 제도적 보완책 필요"

현재로선 먹튀 폐업에 따른 사후적인 구제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할부항변권에 대비해 6개월 이상 장기간 할부 결제를 하는 등 소비자 스스로 안전장치를 만들어 놓는 수밖에 없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장기 계약 시에는 폐업 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계약 내용 불이행을 사유로 항변권 행사가 가능한 신용카드 할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며 "거래 후에는 사업자 정보와 결제 내역 등의 증빙자료를 보관해 피해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고의 폐업 확산에 대비해 사후적인 구제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헬스클럽 개업 시 손해배상을 위한 보증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등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헬스클럽 등 체육시설은 워낙 보편화된 서비스인 만큼,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거나 공제조합을 따로 설치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피해 구제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도 움직이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3일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계 당국은 보다 기민한 대응으로 국민의 재산이 안전히 보호되도록 노력해주길 바라며, 당 역시 헬스장 먹튀를 포함한 각종 금융범죄의 근절을 위해 법률적 미비점 등을 보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엔 고의 폐업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해 주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체육시설업자가 영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엔 이용자로부터 받은 이용료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반환하도록 했다. 현재 대다수의 헬스클럽 이용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보다 불리하게 약정을 맺고 있는만큼, 법안이 통과되면 더 많은 돈을 환불받게 된다. 

한국소비자원도 지역자치단체와 함께 폐업 가능성이 감지된 업체에 대해선 소비자에게 선제적으로 환불해 주도록 요청하거나, 피해예방주의보를 발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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