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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한국의 추상, 학고재서 만났다…샤이비츠·박영하 각 개인전

시인 박두진의 삼남 박영하 작가, 작년 학고재와 전속 계약…10년만의 개인전
한국서 두 번째 개인전 독일 작가 샤이비츠, 전통 회화의 추상화로의 변형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23-05-20 07:00 송고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는 토마스 샤이비츠의 개인전 '제니퍼 인 파라다이스'. (학고재 제공)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는 토마스 샤이비츠의 개인전 '제니퍼 인 파라다이스'. (학고재 제공)

학고재는 오는 6월17일까지 갤러리 본관에서 토마스 샤이비츠(Thomas Scheibitz, 1968~)의 개인전 '제니퍼 인 파라다이스'(Jennifer in Paradise)와 신관에서 박영하 작가(1954~)의 개인전 '내일의 너'를 동시 개최한다.

샤이비츠는 전통적인 풍경화와 정물화, 인물화를 추상화로 변형하는 회화가이다. 독창적으로 개발한 색채와 독특한 깊이감, 작가의 자유로운 유희가 배합되어 새로운 경지의 회화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르네상스 시기의 회화, 동시대 만화, 대중매체, 그래픽디자인 등 다양한 이미지를 추출하고 변형시켜 새롭게 구성된 이미지를 얻거나,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연필 드로잉 이미지를 기하학적 도형과 상징체계로 변형시켜 회화나 조각의 소스로 사용한다.

전시는 컴퓨터 프로그램인 포토샵에 관한 것이다. 프로그램을 개발한 토마스 놀과 존 놀 형제는 1987년 남태평양의 파라다이스로 불리는 보라보라섬으로 여행 가서 존 놀의 여자친구 제니퍼(현 아내)의 사진을 찍어 세계 최초로 합성사진을 제작했다.

이들은 사진의 제목을 '제니퍼 인 파라다이스'라고 지었다. 사진 속 피사체는 카메라를 등진 채 웃옷을 벗고 만의 건너편에 자리한 푸른 산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이 스냅 사진은 역사상 최초로 '포토샵'을 활용해 수정한 이미지로 여겨진다.
합성사진의 등장은 사실의 기록이라는 사진의 역할을 불안정하게 했고, 샤이비츠는 많은 전통적인 회화 이미지 소스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추출하고 변형해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샤이비츠의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여는 두 번째 개인전이다. 그는 현재 독일을 대표하는 회화가로서 올해 스위스 아트바젤 언리미티드 참여 작가로 선정되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는 박영하 작가의 개인전 '내일의 너'. (학고재 제공)
 학고재에서 열리고 있는 박영하 작가의 개인전 '내일의 너'. (학고재 제공)

작가 박영하는 시인 박두진의 삼남이다. 그는 지난해 학고재와 전속계약을 체결했고, 이번 개인전은 그 일환으로 10년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부친은 아들에게 '내일의 너'라는 화두로 작업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작가는 "아버지께서 구체적인 의미를 설명해 주지는 않았다"면서도 "예술가는 일반인보다 한발 앞서야 한다는 점에서 내일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존재로서 회화의 본질을 고민하기 위해 이 화두를 그림으로 옮긴다"고 부친의 뜻을 해석한다.

박영하는 수십 년간 같은 주제로 추상화를 그렸다. 그는 수많은 자연 대상으로부터 감화한다. 그 모든 대상은 추상적으로 변모하기도 하고 화면 속에 숨겨지기도 한다.

작가는 선명하게 드러나는 이미지의 생생함보다 이미지가 있는 듯 없는 듯한 현미무간(顯微無間)의 세계를 화면에 펼친다.

실제로 작가는 산과 들에서 만나는 온갖 자연 대상과 바람과 빛과 소리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회화에 담고자 한다. 그것은 명료하게 드러나서 이미 알려진 대상이 아니라 문득 예기치 않게 발견된 진리의 흔적이다.

회화로써 자연과 사람과의 관계를 다루는 작가는 우리가 보는 자연대상이 저기 앞에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이면서 또한 자기 마음에 비춘 영상이라고 본다.

우리는 작가의 그림을 보면서 미술사에 등장하는 전문지식 대신 작가가 던지는 나와 너에 대한 근본을 돌아본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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