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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포커스] 사우디, 충격적 원유 감산…빈살만, 美와 '헤어질 결심'?

사우디, 최근 美 안보 약속 흔들리자 외교 다각화
비전2030으로 인한 예산 적자 문제도 원유 감산에 영향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2023-04-04 12:03 송고 | 2023-05-25 17:11 최종수정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기구(OPEC)이 기습적으로 원유 생산을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의 탈(脫) 미국 노선이 극명하게 수면 위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란과 같은 미국의 적국과 관계를 재수립하거나 원유 감산을 통해 소비자들을 분노케 하든, 사우디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미국의 도움 없이 단독 노선을 갈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사우디의 싱크탱크인 걸프리서치센터는 OPEC의 감축은 주요 산유국들이 미국과 서방의 압력에서 벗어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독자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은 2차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당시 대통령이 압둘라지즈 이븐 사우드 사우디 국왕을 만나 석유 안보 협정의 토대를 마련했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관계를 통해 '안보' 보장이라는 이득을 얻을 수 있었기에 두 국가는 70여년 동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올 수 있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셰일가스 혁명(2013)과 이란 핵합의(JCPOA) 타결로 사우디와의 관계가 점차 소원해졌다. 미 정부의 외교 중심이 아시아에 쏠린 점도 영향을 끼쳤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관계가 다시 회복될 여지가 보였지만, 이후 '인권 외교'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우디와의 관계가 더욱 악화했다. 양국 관계는 지난 2018년 사우디계 언론인이자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였던 자말 카슈끄지 피살 배후로 미국이 무함마드 왕세자를 지목한 것이 계기가 됐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해 7월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알 산만 궁전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주먹을 맞대고 인사하고 있다. 2022.07.15/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난해 7월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알 산만 궁전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주먹을 맞대고 인사하고 있다. 2022.07.15/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흔들리는 미국 안보 약속에 사우디는 '마이웨이'…경제적 이유도 한 몫 

아울러 이란의 우방국인 시리아는 이스라엘군이 3일 이란 전초기지에 공습을 가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이 같은 군사적 대립이 확대될 경우 지역의 안보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몰락을 촉발시킨 202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이탈과 10년 전 이집트 대통령의 몰락으로 이어진 광범위한 시위에서 미국이 호스니 무바라크에 대한 지원 철회한 것을 두고도 사우디 등은 미국이 중동에 대해 소홀히 대한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운데, 사우디 석유 시설에 대한 공습과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후티반군의 아랍에미리트(UAE) 연료 창고에 대한 공습 등으로 인해 아랍권 국가들은 점차 미국의 안보 보장 공약에 회의감을 품기 시작했다. 이에 사우디는 미국에 의존하기보다는 다양한 국가들과 안보 협약을 맺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워싱턴에 위치한 중동 연구소의 국방 및 안보 프로그램 책임자인 빌랄 사브는 미국 정부 내에서는 사우디와 미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사우디를 방어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사우디는 이란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오랜 기간 동맹을 유지해온 미국에 의존하는 대신 지역의 동맹을 재건하기 위해 시리아와 화해하는 행보를 보였다. 사우디는 오는 5월 개최하는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초청할 계획이다.

게다가 사우디는 중국과의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3월29일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에 부분적으로 가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는 이란과의 관계도 개선하고 있다. 케임브리지의 거튼 칼리지의 중동 전문가인 엘리자베스 켄달은 갑작스런 선택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립이 고조되면서 촉발되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사우디는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또 다른 지역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고 2019년 아람코 공격과 같은 이란의 인프라에 대한 공격 위험을 제거하길 기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가 점차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은 경제 전환 계획인 '비전 2030'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골드만 삭스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파루크 사우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사우디는 세계 경기 침체와 에너지 수요에 대한 영향으로 유가가 연간 평균 배럴당 80달러 이하로 떨어져 예산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사우디 경제 고문들은 사우디가 해외로부터 비전2030 관련 빈약한 투자금 유치를 상쇄하기 위해선 향후 5년 동안 유가를 인상해야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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