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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영상유출 사건, 9월 시행 '수술실 CCTV'와는 다르다"

의료법 38조에 따라 의무화…의협 "필수의료 위해선 원점 재검토해야"
복지부 "이번 사건 영상과 CCTV 설치·활용은 전혀 다른 문제" 선긋기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2023-03-09 05:20 송고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서 병원관계자들이 CCTV를 점검하고 있다. 2021.8.23/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서 병원관계자들이 CCTV를 점검하고 있다. 2021.8.23/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진료실에서 촬영된 영상이 온라인에 무단 유출된 사건이 오는 9월 시행 예정인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로 이어졌다.

해묵은 갈등이 표출된 셈인데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건의 촬영 영상과 CCTV 설치·활용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수술실 CCTV 설치 시 보안 문제는 법에도 철저히 규정돼있다. 9월 시행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수술실 CCTV법 국회 본회의 부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1.8.3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수술실 CCTV법 국회 본회의 부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1.8.3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의료계 "환자 사생활 유출" 거듭 강조하며 CCTV 설치 거세게 반발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다수의 여성 환자를 진료하는 장면이 담긴 한 성형외과 진료실 내부 인터넷프로토콜(IP) 카메라 영상이 최근 온라인에 유포됐다.

유무선 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하는 IP카메라는 영상을 실시간 또는 원격으로 송출할 수 있다. 경찰은 영상이 외부로 연결되는 IP카메라에 촬영됐다며 해킹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유출 경위를 수사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는 지난 7일 해당 성형외과를 상대로 현장 조사를 벌였다. 아직 피의자나 범죄 혐의를 특정하지 않았다.

해당 성형외과 원장 등은 언론에 "환자 의료사고 예방을 위해 설치했다"며 "수사에 협조하고 만일 책임져야 할 일은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일을 두고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진작 해킹을 통한 정보 유출이나 환자 사생활 침해를 걱정했다는 이유에서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은 2021년 8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의료계 반대로 제정까지 6년이 걸렸고 2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9월 25일 시행된다.

이 법에 따라 전신마취 등으로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하는 의료기관은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환자 요청이 있을 때는 녹음 없이 촬영하되 환자와 의료진이 모두 동의하면 녹음할 수도 있다.

영상은 30일 이상 보관해야 하고 수사나 재판 관련 공공기관 요청이나 환자와 의료진 모두 동의가 있어야 영상을 열람할 수 있다.

그러나 수술이 지체되면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응급 수술, 생명을 구하기 위한 위험도 높은 수술, 전공의 수련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게 했다.

의료계는 "선량한 의료인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최악의 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 2021년 의사 회원 23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0%는 설치에 반대했다.

협회는 지난 7일 "국회와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CCTV 촬영 영상 불법 유출에 따른 국민 피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필요성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최근 쟁점인 '필수 의료'와도 결부시켜 "필수 의료를 수행하는 의사 부담을 키우고 진료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필요한 범위 내에만 허용하도록 최소한의 하위법령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요한 것은 극소수 대리 수술 문제 방지가 아니라 엄청난 양으로 생성될 환자의 민감 정보 보호"라고 강조했다.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故) 권대희씨의 어머니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집도의에게 살인죄로 공소장을 변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21.9.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故) 권대희씨의 어머니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집도의에게 살인죄로 공소장을 변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21.9.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국민은 찬성…복지부 "CCTV 설치 하위법령 최종 마무리 단계, 설치비도 지원"

그러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국민 대다수는 찬성한다. 의료사고 증명 책임 명확화, 대리 수술 등 불법행위 감시, 안전하게 수술받을 환자의 권리 등이 이유로 꼽힌다.

2021년 국민권익위원회가 1만39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7.9%(1만3667명)이 찬성한 바 있다. 복지부도 의협 주장이 과도하며, 받아들이기에도 어렵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IP카메라가 인터넷으로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해 보안에 취약하나 CCTV는 상대적으로 외부 유출 우려가 적다고 강조했다. 다만 CCTV도 내부 관계자나 환자 당사자 의도에 따라 유출될 가능성은 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CCTV 설치 기준과 촬영 범위, 수술실 내 CCTV 촬영 거부가 가능한 구체적인 기준, 네트워크와의 분리, 구체적인 벌금 액수 등을 포함하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고 있다.

시행 예정인 법을 보면 CCTV 설치 또는 촬영 의무를 위반한 의료기관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촬영된 영상과 정보를 유출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있다.

복지부는 의료계, 소비자단체 등과 의무 설치에 대한 다양한 사항에 중립적인 입장으로서 의견을 듣고 협의했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의료기관의 CCTV 설치비를 지원한다. 분담 비율을 보면 정부가 25%, 지자체 25%, 의료기관이 50%다. 복지부 관계자는 "9월에 변함없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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