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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까지 시간끌면 생기부 기록 안 남아"…악용되는 학교 폭력 소송

정순신, 아들 학폭보다 이후 소송 제기에 더 큰 비난
"입시 앞둔 고등학생일수록 소송 많아"…2차 가해 논란도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2023-02-28 06:05 송고 | 2023-02-28 08:39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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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자진 사퇴한 정순신(57·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가 학교의 강제전학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법원까지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정 변호사의 사례처럼 학교폭력 소송 제도가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학교폭력 소송의 경우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학교폭력 전력이 기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도가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들이 2차 가해에 시달린다는 점도 학교폭력 소송의 맹점으로 지적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변호사의 아들 정모씨는 지난 2017년 지방의 한 사립고등학교에 재학하면서 동급생인 피해자 A씨에게 언어폭력을 했고, 이듬해 2018년 6월 최종적으로 강제전학 조치를 받았다.

정 변호사는 이에 맞서 아들의 법정대리인을 자처해 미성년자였던 정씨의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정 변호사는 1·2심 모두 패소했으나 포기하지 않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정씨의 징계 처분이 적법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2019년 2월에서 나왔다. 학교폭력이 이뤄진 시점보다 2년이 지났으며 같은 기간 가해자와 피해자는 분리되지 못하고 한 공간에서 학교를 다녔다.

◇학교폭력 소송 고등학교일수록 빈번…"입시 때문"
전문가들은 집행 정지 신청 이후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켜 학폭 가해자들의 대학입학에 손해가 없도록 하는 현재의 학교폭력 소송 실태에 대해 지적했다. 특히 직접적인 대입에 영향을 주는 고등학교에서 소송이 보다 빈번하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사무소 선율의 박상수 변호사는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며 "소송 지연 등의 방법을 통해 대학 입학에 가장 중요한 부분인 생기부에 기록을 남지 않게 하는 방법은 통상적인 학폭 소송 방법"이라며 "가해자가 고등학교 때까지 시간끌기만 잘해도 성공보수가 꽤나 두둑이 주어진다"고 비판했다.

우선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일차적으로 교내 학교폭력대책 자치위원회를 거쳐 가해 학생에게 학교장 명의로 징계 등의 처분을 내린다. 당사자가 이에 불복하면 시·도교육청 학교폭력대책 지역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고, 여기에도 불복할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학교 폭력 가해자들은 소송 본안결과가 나올 때까지 생기부에 기록을 기재할 수 없는 맹점을 파고들어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켜 대입 이후까지 소송을 미루기도 한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초·중학교가 아닌 대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고등학교에 벌어지는 사건일 경우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가해자들은 수시 전형에 있어 영향이 큰 학교폭력 사안의 생기부 기재를 막기 위해 소송을 지연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송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 2차 가해 시달려

전문가들은 또 집행정지 신청이 미성년자의 경우 인용 가능성이 큰 부분 역시 맹점으로 꼽는다.

집행정지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처분 효력을 잠시 멈추는 결정을 뜻한다.

가해자들은 본안 소송에 앞서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낸다. 이들은 미성년자인 가해자들이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강제처분 등 학교의 처벌을 받았을 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 변호사는 "아이의 인생이 잘못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 대부분 법원에서 인용 결정이 난다"며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강제전학 처분을 받아도 생기부에 기재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피해자들의 2차 가해 역시 극심하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호소할 수 없고, 그리고 버젓이 처벌을 피해가는 가해자들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낀다. 오히려 피해자들과 교사를 대상으로 명예훼손으로 고발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박 변호사는 "시간끌기 전략 등으로 학교 폭력 처벌을 면한 가해자들에게 피해자들은 재차 조롱을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와 그 부모는 피해사실을 호소하지도 못한다"며 "피해사실을 호소하면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한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 역시 "학폭 처리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학부모에 의한 민·형사상 소송이나 오히려 가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신고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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