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반도체 한파' 삼성전자도 못 버텼다…영업익 -97%에 '자연적 감산'

작년 4분기 영업익 2700억 그쳐…설비 재배치·선단노드 전환 추진
하반기 반등 기대…설비 투자 유지, 내년 파운드리 3나노 2세대 양산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문창석 기자, 노우리 기자 | 2023-01-31 14:32 송고 | 2023-01-31 14:37 최종수정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비 재배치와 선단노드 전환을 통한 '자연적 감산'에 나선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DS부문(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이 97% 가까이 추락하면서 감산을 결정했다. 이로써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D램 과점 3사가 감산에 나서게 됐다.

다만 올 하반기 시황이 반등할 것으로 보고, 설비투자는 지속하기로 했다. 파운드리 3나노 2세대 제품은 내년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TV와 가전은 7년 만에 적자를 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판매가 부진했다. 올해는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반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 반도체 영업익 97% 감소에…삼성전자 자연적 감산 결정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8.95% 감소한 4조306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31일 밝혔다. 매출도 70조4600억원으로 7.97% 감소했다. 삼성전자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4조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 만이다.
특히 그동안 실적을 주도해 온 DS(Device Solutions) 부문의 영업이익은 2700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보다 8조5600억원(96.95%) 줄어든 수치다.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원인이 됐다. 메모리는 고객사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파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IT제품 등의 수요가 감소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필수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소비가 줄어들면서 재고가 쌓였고, 가격이 급락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가격(PC향 범용제품 기준)은 지난 2021년 9월 4.1달러였지만, 지난해 12월에는 2.21달러로 46.1% 하락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도 D램 평균 판매가격은 전 분기보다 13~18% 하락할 전망이다.

낸드플래시(메모리카드/USB향 범용제품 기준)도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 5월 4.81달러에서 지난해 말에는 4.14달러로 낮아졌다. 시장에서는 올해 1분기에는 가격이 10~15% 더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재고가 쌓이면서 삼성전자도 자연적 감산을 예고했다. 그동안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업황 부진이 시작되자 본격적으로 감산에 돌입했지만,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실적 악화가 현실화하면서 삼성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을 통해 "최고의 품질과 라인운영 최적화를 위해 생산라인 유지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를 진행하고, 미래 선단노드로의 전환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공정기술 경쟁력 강화와 엔지니어링 런(engineering run)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 구간 의미 있는 규모의 비트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사실상 자연적 감산을 인정했다.

평택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공장. 22.09.07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평택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공장. 22.09.07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 하반기 반등 기대…파운드리, 내년 3나노 2세대 출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도 글로벌 IT 수요 부진과 반도체 시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상 1분기 실적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다만 올 하반기에는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도시 봉쇄를 풀면서 모바일과 가전 수요가 늘어나고, 인텔의 CPU 신제품이 나오면서 서버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단기적 시황 약세가 이어지다가 하반기에는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메모리는 신규 CPU 출시에 대비해 서버·PC용 DDR5 수요 대응을 위한 준비를 확대하고, LPDDR5x 등 모바일 고용량 제품 수요에도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시스템LSI는 중저가 SoC(System on Chip)와 2억 화소 이미지센서 판매를 확대하고 유럽 프리미엄 OEM 업체와 자율주행용 제품에 대한 차량용 SoC 공급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설비투자도 유지한다. 삼성전자 DS사업부는 지난해 47조9000억원, 4분기 18조8000억원의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메모리의 경우 평택 3, 4기 인프라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극자외선(EUV) 등 첨단 기술 적용 확대, 차세대 연구 개발 인프라 확보를 위한 투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평택 첨단 공정 생산 능력 확대와 미래 수요 대응을 위한 3나노 초기 생산 능력과 미국 테일러 공장 인프라 구축에 투자를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 지속하겠다"며 "올해 설비투자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의 경우, 3나노 GAA 2세대 제품을 내년 예정대로 양산한다. 1세대 제품의 수율도 안정화 단계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1세대 공정을 안정적인 수율로 양산하고 있다"며 "2세대 공정은 1세대 대비 면적과 성능, 전력 효율이 더욱 개선되며 빠르게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주와 관련해선 다수의 모바일, HPC 고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게양대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3.1.3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게양대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2023.1.3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TV·가전은 7년 만에 '적자 쇼크'…올해 반등 가능할까

원자재값 및 물류비 상승에 더해 수요 둔화 직격탄을 맞은 TV·생활가전 등 세트(완제품)사업의 수익성도 곤두박질쳤다.

삼성전자 VD(영상가전사업부)·생활가전사업부는 작년 4분기 600억원의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해당 사업부가 적자로 돌아선 건 지난 2015년 1분기(1400억원 적자·당시 CE사업부) 이후 7년만이다.

적자로 돌아선 데에는 생활가전 사업의 수익성 부진 영향이 컸던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가전사업은 소비자 수요가 팬데믹 이후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상반기 이후 줄곧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분기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

삼성전자는 "VD는 연말 성수기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네오 QLED와 초대형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 판매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증가했다"며 "생활가전은 시장 악화와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했다.

문제는 올해에도 뚜렷한 반등 시점을 종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가전 수익성 훼손의 주요 원인이었던 원자재 값과 물류비가 진정되곤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현상이 지속되는 한 유의미한 수준의 수요 회복을 점치기 어려워서다.  

삼성전자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원자재값은 하반기부터 하락 추세이나 중국 리오프닝 등으로 반등하고 있어 예상 대비 폭이 크지 않다"며 "해상운임도 코로나 이전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keon@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