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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물류대란에 건설현장 멈춤까지…'화물파업 열흘' 일상 곳곳 타격

늘어나는 전국 품절 주유소…"재고 바닥난 건 이번이 처음"
건설업계도 초비상…입주예정자들 "피해 감내하기 어려워"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박혜연 기자, 이비슬 기자, 유민주 기자 | 2022-12-03 07:00 송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행동이 9일째 이어진 2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 인근 갓길에 화물차들이 정차해 있다. 2022.12.2/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행동이 9일째 이어진 2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 인근 갓길에 화물차들이 정차해 있다. 2022.12.2/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10일째 이어지며 시민들의 일상 생활에 불편이 커지고 있다.

유조차가 운행을 멈추자 전국 주유소에서는 '기름 대란'이 본격화했고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물품을 구매한 사람들 중 파업으로 구매품이 통관에 묶여 배송을 받지 못하는 경우들도 속출하고 있다.
건설현장의 경우 파업으로 시멘트와 레미콘 공급이 중단돼 공사가 지연될 지연될 조짐을 보이자 입주 예정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일부 주유소에 휘발유 품절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1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는 휘발유 공급 우려가 가시화되자 시멘트 업계에 이어 유조차에도 업무개시명령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22.12.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일부 주유소에 휘발유 품절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1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는 휘발유 공급 우려가 가시화되자 시멘트 업계에 이어 유조차에도 업무개시명령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22.12.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전국 품절 주유소 52개…"재고 바닥난 것은 이번이 처음"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 기준 전국 품절 주유소는 52개소다. 1일 오전 8시 기준 33개소에 비해 19개소 늘었다. 수도권 외에도 충남·충북 지역도 재고 부족이 확산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이 시작되면서 주유소엔 기름 탱크를 채울 유조차가 며칠째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속출했다.

지난 1일 밤 서울 동작구에 있는 한 주유소 2곳의 주유기에는 품절이 적힌 팻말이 걸려있었다.

서울 성동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재고가 바닥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대체 수송 차량을 구하지 못하면 당장 내일부터라도 주유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주유소 사장 이모 씨는 "일주일 전부터 기름 수송 차량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휘발유는 2일, 경유는 5일치 정도 남았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곳곳 주유소에선 재고 부족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하면서 사재기 움직임까지 감지됐다.

서울 광진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달 28일 "오늘 오전에 20여명이 다녀갔는데 모두 기름을 가득 채워간 손님들"이라며 "35년간 영업하면서 주유소에 기름이 부족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구매한 물품의 배송 지연 소식을 알리는 문자.© News1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구매한 물품의 배송 지연 소식을 알리는 문자.© News1 

◇물류 대란도 우려…해외 직구 물품 배송도 지연

화물연대 파업으로 배송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물류 대란'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화물컨테이너 운송 차질로 해외직구 물품 배송도 지연되고 있다.

B씨(33·여)는 최근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구매한 물품의 배송이 지연된다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상품이 통관대기상태로 묶여있다"면서 "배송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양해를 구하는 내용의 문자였다.

해외직구 관련 업계 관계자는 "파업 소식에 대응책을 사전에 마련한 상태여서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었다"면서도 "파업이 장기화가 될 경우 순차적 배송지연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신선식품 등을 유통하는 업체와 이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질 우려가 있다. 공산품은 물류 수급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추후 재고 처리가 가능하지만 농·수·축산물의 경우 상품성을 잃게 돼 폐기 등으로 즉각적인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 포레온) 재건축 현장에서는 레미콘이 공급 안돼 타설 작업이 중단됐다. © News1 유민주 기자
지난 1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 포레온) 재건축 현장에서는 레미콘이 공급 안돼 타설 작업이 중단됐다. © News1 유민주 기자

◇건설업계도 초비상…입주 예정자들 "또 지연되면 피해 감내하기 어려워"

시멘트와 레미콘 공급이 중단된 건설현장도 비상이 걸렸다. 입주 예정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현재 주택 건설 현장 287곳의 공사가 멈춰 있다. 이번 주 중 156곳의 추가 공사 중단이 예상된다.

특히 이전 조합 집행부와 시공사업단간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6개월간 공사가 전면 중단됐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은 한달만에 다시 멈출 위기에 직면했다.

둔촌주공아파트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지하 3층~지상 35층의 85개동 1만2032가구가 공급되는 신도시급 대단지다. 파업 여파로 현재 13층 높이의 건물이 올라간 상태에서 공사가 주춤거리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공정률은 55%다.

정해진 공정대로라면 타설 작업을 해야 할 시기이지만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와 레미콘 공급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타설 작업을 맡은 노동자들은 출근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입주자 대표 A씨는 "이미 한 차례 입주 시기가 미뤄졌는데 또 지연되면 그 피해를 감내하기 힘들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건설현장도 마찬가지다. 중견건설사 직원 A씨(33)는 "우리 회사 건설 현장은 콘크리트 타설을 앞두고 올스톱된 상태"라며 "날이 추워지기 때문에 중단 사태가 계속되면 타설이 더 힘들어진다"고 호소했다.

이어 "더 추워지기 전에 일을 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며 "타설을 앞둔 다른 현장도 많아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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