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사건의 재구성] 가출 청소년 '음란방송' 시켜 1억 번 30대 "애정 어린 마음에…"

원룸서 투숙시키며 음란 방송…1억4천만원 이득 취해
재판부 "보호해야할 청소년 상대로 범행" 징역3년6월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2022-11-11 07:05 송고 | 2022-11-11 15:10 최종수정
© News1 DB
© News1 DB

"존경하는 재판장님. 며칠 전 TV에서 '법은 사람의 마음이다'라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제가 잘못은 했지만, 아이들을 생각했던 제 마음은 진심이었습니다."

A씨(35)는 지난해 10월초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B양(10대·여)을 알게 됐다. B양이 집을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A씨는 경기도에서 원룸을 구해 B양에게 거처를 마련해주는 선심까지 썼다. 안쓰럽기도 했고, 가정폭력이라는 아픔이 있는 친구였기에 경찰에 신고하기보다 자신이 보호해주고 같이 잘 지내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B양을 따라 집을 나온 C양(10대·여)도 알게 됐다. 그는 C양 역시 자신이 돌보기로 하고 원룸으로 불렀다.

그로부터 1년 뒤, A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성착취물제작, 배포 등)과 실제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섰다.

그동안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씨는 돈이 필요했다. 함께 살다보니 평소보다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는 고민 끝에 '인터넷 방송'을 해보기로 했다. 단시간에 고수익을 벌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올해 2월7일까지 B양과 C양에게 컴퓨터 앞에 설치된 카메라 앞에서 자신이 사다준 의상을 입고 방송을 하도록 했다. 문제는 그가 권유한 방송이 일명 '벗방(벗는 방송)'이었던 점이다.

그는 B양과 C양에게 카메라 앞에서 상의를 벗고 가슴을 노출시키는 행동을 하도록 알려줬다. 아이들은 A씨가 하라는 대로 했다.

이들의 방송을 보기 위해 접속한 시청자들은 개당 100원 상당의 '하트' 아이템(품목)을 보내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트는 폭풍처럼 쏟아졌다.

A씨는 그렇게 쌓인 아이템을 현금으로 바꿨다. 석 달간 벌어들인 수익금만 1억4000만원에 달했다. A씨는 B양과 C양에게 수익금 일부를 주기도 했다.

심지어 A씨는 B양이 편하게 돈을 쓸 수 있도록 자신의 명의로된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 1장을 만들어 주기까지 했다.

그러던 중 A씨의 범행이 수사기간에 발각됐고, A씨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남은 수익금이 압류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던 A씨는 지난 5월11일 오후 8시30분께 지인에게 자신의 통장에 있는 1500만여원을 건넨 뒤 두 차례에 걸쳐 '기독교복지믿음선교회'라는 명의의 계좌로 이체하도록 부탁했다. 한 시간 뒤에는 엄마에게 연락해 같은 방식으로 1700여만원을 이체하도록 요청했다. 통장에 범죄 수익이라는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수를 쓴 것이다.

하지만 A씨는 끝내 수사기관에 체포됐고, 범행을 인정했다.

법정에선 A씨는 "아이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방송을 하게 한 점 죄송하고, 달게 벌 받겠다"며 "아이들에게 저지른 범죄로 제 삶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가정불화와 가정폭력으로 자해를 시도하고 나왔을 만큼 힘든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걱정하고 애정 어린 마음에 그랬던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1심 재판을 맡은 전주지법 형사제12부(부장판사 이종문)는 지난달 13일 "피고인은 성에 대한 건강한 인식과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보호받아야 할 아동 청소년 피해자들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 해당 성착취물을 영리 목적으로 수개월 동안 상당한 횟수에 걸쳐 공연히 상영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만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폭행이나 협박, 강요에 의해 성착취물을 제작·상영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한 점, 피고인은 벌금형을 초과해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아동 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 관련기관에 각 7년간 취업 제한, 1억454만9593원의 추징을 명했다.


iamgee@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