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도봉구 하나로마트 창동점을 찾은 시민이 행사상품 전단지를 살펴보고 있다. 2022.10.5/뉴스1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개월 연속으로 떨어졌음에도 물가 둔화세의 체감도는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식 물가가 30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데다가 배추·무 등 일부 농산물 품목이 90% 넘게 급등했기 때문이다.환율·유가 등 변수로 인해 월간 물가가 5~6%대로 오르는 고물가 추세는 상당 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달에는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까지 예정됐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6% 상승하면서 전월(5.7%) 대비 상승 폭이 0.1%포인트(p) 축소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3.7%에서 올해 1월 3.6%로 소폭 낮아진 이후 2월 3.7%, 3월 4.1%, 4월 4.8%, 5월 5.4%, 6월 6.0%, 7월 6.3%까지 7개월 연속 고공 행진했다.그러다 8월 5.7% 이후 9월 5.6%까지, 오름세가 두 달째 둔화된 것이다.
이번에 물가 상승이 주춤한 것은 대부분 국제유가 하락 덕분이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9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와 채소·과실 등 농산물 오름세가 둔화됐다"며 "우리 물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둔화되는 데 가장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석유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 제공) |
그러나 지표 개선과 물가 둔화세가 체감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당장 서비스 지출이 많은 맞벌이 등을 중심으로 가계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개인서비스는 6.4% 상승하면서 1998년 4월(6.6%) 이후 24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오름세를 기록했다.
외식 상승률은 9.0%로 1992년 7월(9.0%) 이후 30년2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가장 많이 오른 외식 품목은 햄버거(13.5%), 갈비탕(12.9%), 김밥(12.9%), 자장면(12.2%), 해장국(12.1%), 라면(11.8%), 떡볶이(11.7%), 삼겹살(10.8%), 치킨(10.7%) 등이었다.
어 심의관은 "외식 물가는 농축산물 가격이 계속 상승해 왔고 누적돼 재료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주류 출고가가 인상되면 외식업체는 그 가격을 반영해야 하니 그런 요인들이 외식 물가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외식 외 개인서비스는 4.5% 올라 2008년 9~12월(4.9%)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국내단체여행비(24.7%), 보험서비스료(14.9%), 대리운전이용료(13.1%), 국내항공료(11.5%), 세탁료(10.7%), 학교보충교육비(10.2%), 간병도우미료(9.0%), 호텔숙박료(8.0%) 등이 올랐다.
농산물 물가 상승세가 이번에 꺾였다(8월 10.4%→9월 8.7%)고는 해도, 일부 품목의 가격 급등은 여전해 가계 체감도를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배추(95.0%)와 무(91.0%), 당근(48.1%), 풋고추(47.3%), 체리(42.0%), 파(34.6%), 가지(32.8%), 부추(30.9%) 등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특히 배추와 무, 고추 등의 가격 변동이 김장철을 앞두고 가계 부담을 키울 전망이다.
정부는 여전히 물가 10월 정점론을 고수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해 "물가의 전반적 수준은 높지만 늦어도 이달인 10월에는 피크가 되거나 소망컨대 피크가 지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2022.9.30/뉴스1 |
문제는 환율과 유가,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 변수다.
최근 글로벌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에 달러·원 환율이 장중 1440원을 넘어선 바(9월28일) 있다. 환율 상승은 같은 물건을 사도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하기에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리는 효과가 있다.
수입 물가가 오르면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고, 이미 1년 전보다 8.7%나 오른 가공식품 가격을 불안케 할 가능성이 크다.
10월 전기·가스요금 인상도 물가를 끌어 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지난달 말 연료 가격 폭등에 따른 연료비 누적 인상 요인을 반영해 모든 소비자의 전기요금을 1kWh당 2.5원 인상했다. 이미 발표된 기준 연료비 잔여 인상분과 주택용 가스요금 15.9% 인상까지 포함할 경우 서울시를 기준으로 가구당 총 767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앞서 기재부는 이러한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대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0.3%p 정도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0.3%p는 환율 여파까지 감안할 경우 결코 작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유가 동향도 심상찮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 OPEC 산유국 협의체 OPEC+(플러스)가 5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열고 하루 평균 100만~200만배럴의 원유 감산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공급량의 1%를 넘는 대규모 감산으로, 외신들은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어 심의관은 "OPEC+의 감산 논의가 있어 향후 영향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물가를 내리는 굉장히 중요한 요인으로 석유류 가격 오름세 둔화가 있는데 그것이 감산 결정으로 변동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환율 상승이 만만치 않으니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 인상이 예정됐으니 오름세 확대 가능성이 있다"라며 "오름세가 크게 확대되지는 않으리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상당 기간 5~6%대 고물가가 지속되리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이날 "소비자물가는 주춤했지만 근원물가는 외식 등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지속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5~6%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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