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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세모녀 비극' 8년 뒤 수원서 또…'발굴' 허점에 '찾아오지 못한 복지'

찾아가는 복지 시행 외형 확대 계속…전담팀 구성 94.6%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 미비…찾아갈 복지 인력 부족 '한계'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2022-08-25 05:50 송고 | 2022-08-25 08:39 최종수정
병고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생을 마감한 수원 세 모녀가 거주했던 다세대주택 내부가 청소돼 있다. © News1 최대호 기자
병고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생을 마감한 수원 세 모녀가 거주했던 다세대주택 내부가 청소돼 있다. © News1 최대호 기자

암·난치병 투병과 생활고를 겪던 수원의 세 모녀에게도 복지는 찾아오지 못했다. 8년 전 서울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극단선택 위험에 노출된 복지 소외계층을 발굴해 지원하겠다며 정부가 힘을 쏟은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찾아가는 복지)의 취지도 무색해졌다.

찾아가는 복지의 외형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지만 지자체 인력의 한계에 부딪혀 세밀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파사건 이후 '찾아가는 복지' 전담팀 설치 94.6%지만…사각지대 또

25일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옛 읍·면·동사무소) 3312곳에서 찾아가는 복지 전담팀을 꾸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담팀 설치비율은 94.6%로 1년 전(91.6%)에 비해 3.0%p(포인트) 늘었다. 지역별로는 서울·대구·광주·대전·강원·충북·전북 등 7곳의 설치비율이 100%다.

찾아가는 복지는 복지부의 사업으로 출발해 2017년부터 행정안전부도 참여하고 있다. 보건·복지와 지방자치행정을 연결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이처럼 찾아가는 복지는 지속해서 외형 확대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번에도 사각지대는 발생했다.

지난 21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는 극심한 생활고와 병고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60대 A씨는 암을 진단받았고 40대의 두 딸은 난치병을 앓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들의 등록주소지인 경기 화성시나 거주지인 수원시에서 복지제도를 이용하려고 상담한 이력조차 없다. 국내 복지서비스는 '신청주의'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복지제도를 알고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혜택을 받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2015년부터 복지 사각지대 발굴관리 시스템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찾아가는 복지의 대상자를 찾는 첫 단추와도 같은 일이다.

발굴관리 시스템은 단전, 단수, 단가스, 건보료 체납, 기초생활수급 탈락·중지, 복지시설 퇴소, 금융 연체, 통신비 체납 정보, 국민연금 보험료 체납 등 18개 기관에서 34종의 취약계층 관련 빅데이터를 수집해 위기가구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위기 가능성이 높은 집중조사 대상가구는 지자체에 통보하고, 나머지 위기가구 정보를 공유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연 1회 이상 지원대상을 발굴해 지원하도록 했다. 2015년 12월부터 대상자 458만명 중 18만명은 집중조사 대상가구에 들었고, 지자체가 188만명을 자체 발굴했다.

하지만 이번 수원 세 모녀의 경우 건보료 체납과 중증질환, 채무, 세대주 사망의 위기 징후가 포착됐지만 건보료 체납 단독변수 보유자로 파악돼 집중대상 가구에 들지 못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금융부채 기준은 과거 2년동안 연체된 금액이 1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라면서 "자료가 입수가 안 된 이유를 알아보고 추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암투병 등 병환과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생을 마감한 수원 세 모녀의 빈소가 차려진 24일 오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관계자가 빈소를 차리고 있다.. 2022.8.2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암투병 등 병환과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생을 마감한 수원 세 모녀의 빈소가 차려진 24일 오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관계자가 빈소를 차리고 있다.. 2022.8.2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전담팀 주민센터마다 3~4명뿐…"근본적인 한계, 인력 확대해야"

지자체 역시 기회가 있었지만, 비극을 막진 못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작년 6월부터 격월로 총 8차례 이들의 체납정보를 등록해 지자체와 공유했다.

하지만 화성시가 이들을 위기가구로 인지해 사각지대 발굴에 나선 것은 처음 연체가 된 이후 1년이 넘게 지나서였다. 화성시는 지난달 세 모녀의 등록 주거지에 복지안내문을 처음 발송했고, 이달 3일이 돼서야 방문조사에 나섰지만 만날 수 없었다. 세 모녀의 현 거주지인 수원시는 전입신고가 되지 않아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했다.

이처럼 사각지대 발굴이 늦었던 것은 찾아가는 복지전담팀이 주민센터마다 3~4명뿐이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대다수 팀원은 다른 업무를 겸임하고 있어 온전히 위기가구 발굴에 집중하기 어렵다. 반면 화성시에만 건보료 체납자가 1만명이 넘어 단시간에 위험징후를 포착해 조사하기엔 물리적 한계가 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찾아가는 복지팀이 목표 대비 54% 정도만 충원된 상태"라며 "이들이 코로나19 대응해서 부가적인 업무를 맡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수원 세모녀 사건이 일어나자 올해 9월부터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서 입수하는 위기정보를 현행 34종에서 39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른 징후 없이 건강보험료만 장기 연체해도 발굴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하지만 찾아가는 복지를 실행할 인력 확충이 되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굉장히 많은 정책 변화가 이뤄졌지만, 지금처럼 사각지대를 발견할 인력에 한계가 있는 한 제대로 된 역할(발굴)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복지공무원을 늘리는 게 어렵다면 주민센터 인력 대다수를 복지에 투입하는 방향으로 업무분장을 새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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