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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리스크' 품고 닻 올리는 與 비대위…소송전·여론전 '암초' 산적

李, 비대위 출범 목전서 '작심 회견'…당 여론 '비난' vs '옹호' 분분
李 소송전·여론전 '투트랙 전술'…내홍 격화에 국민의힘 '전전긍긍'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22-08-15 06:30 송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후 36일만인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022.8.13/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후 36일만인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022.8.13/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국민의힘 '집안싸움'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당이 16일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공식화하자, 이준석 당대표는 소송전과 여론전을 불사하는 '전면전'을 선포했다. 급기야 당 안팎의 찬반 여론까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여권이 또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15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광복절 연휴 기간 비대위원 인선안을 마무리하고 16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을 맞는 17일 전까지 당의 '비상상황'을 수습한다는 로드맵이다.
◇이준석 '폭탄 회견'에 여론 분분…비난 vs 옹호 '팽팽'

하지만 당내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전날(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을 공개 비판하는 '폭탄 발언'을 쏟아내면서 수습되는듯했던 집안싸움에 다시 불을 붙였다.

이 대표는 1시간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격앙된 표정으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국민의힘을 넘어서 이제 조직에 충성하는 국민의힘도 불태워버려야 한다", "이 당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고, 죽은 당에 총선에서 표를 줄 국민은 없다" 등 날 선 발언을 이어 갔다.
그는 권성동·장제원·이철규·정진석·김정재·박수영 등 6명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호가호위하는 윤핵관들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전 포고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대선 기간) 저에 대해서 이XX, 저XX 하는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당내 여론도 두 쪽으로 쪼개졌다. '윤핵관'으로 지목당한 이철규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오로지 남 탓과 거짓말만 했다"면서 "이준석은 아주 사악한 사람"이라고 반발했다. 이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윤핵관들의 험지 출마를 요구한 것에 대해 "이 대표가 달나라나 화성으로 가면 나도 호남 출마를 고려해보겠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양두구육'(羊頭狗肉·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 및 윤핵관들과 갈등을 겪었던 일을 언급하면서 "돌이켜 보면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였다"고 했다.

차기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지난 대선 때 저는 개고기를 판 적도 없고 양의 얼굴 탈을 쓰지도 않았다"며 이 대표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비대위원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미애 의원은 "당대표였던 분의 입에서 자당 대통령 후보를 개고기에 빗대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친이준석계'는 일제히 엄호 사격에 나섰다. 김웅 의원은 13일 이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페이스북에 "한 줄 평, '그럼에도 우리는 전진할 것이다. 자랑스럽고 짠한 국민의힘 우리 대표"라고 적었다. 김병욱 의원은 이 대표를 '여의도에 먼저 온 미래'라 "권위주의적 권력 구조에 기생하는 여의도 기성 정치권을 정밀폭격했다"고 옹호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전날 MBN 인터뷰에서 일련의 당내 혼란에 대해 "뒤에서 윤핵관들이 정말 말도 안 되는 작전으로 최고위원회가 절차적 하자가 있으면서까지 사퇴하게 된 배경, 이런 민주주의의 절차를 훼손한 것들, 이런 것의 모든 책임은 윤핵관들에게 있다는 당내 평가가 많다"며 "여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식량주권 쌀값 대책마련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8.1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식량주권 쌀값 대책마련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8.1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소송전·여론전 '투트랙'…"잘못 휘말리면 李 몸값만 올려주는 꼴"

이 대표가 '장외 투쟁'에 나선 점도 당으로서는 고민거리다. 이 대표는 가처분 소송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다투고, 여론전을 통해 '정치세력화'를 꾀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당의 입장에서는 얻는 것 없이 '정치인 이준석'의 몸값만 키워주는 꼴이 될 수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비대위 출범 하루 뒤인 17일 이 대표가 제기한 비대위 출범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한 첫 심리를 진행한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비대위가 출범과 동시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여권은 걷잡을 수 없는 대혼돈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가처분을 기각하더라도 당은 이 대표의 '여론전'을 상대해야 한다. 국민의힘 2030세대 지지층과 당원 상당수가 이 대표에 우호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의 여론전은 당분간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전날(14일) 페이스북에 "내일부터 라디오에서 우선 뵙겠습니다"라는 한 줄의 문구를 올려 사실상 본격적인 여론전을 예고했다. 그는 15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 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정치적 기반인 2030세대 지지층 결집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표는 올가을 온라인 커뮤니티 형태의 '당원 소통 공간'을 개설할 예정이다. 중징계를 받은 후 전국을 돌며 당원들과 만나 대화한 내용을 토대로 당 혁신 방안을 정리한 책도 발간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과 연대하거나,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MBN 인터뷰에서 '이준석·유승민 연대설'에 대해 "(가능성이)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개인의 권력 의지가 중요하지만 국민과 당원이 부른다면 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연대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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