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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한국정부만 '뒷짐'지고 '침묵'

헌재, '부작위 위헌' 판결 이후 별다른 조치없어
'정부 대응 계획 공개 질의서' 에도 묵묵부답
80~90대 고령할머니, 민간단체만 사방 뛰어다녀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2013-06-08 04:45 송고 | 2013-06-08 09:57 최종수정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077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 참석한 한 어린이가 'Abe! Shame on you!'라고 적은 손 피켓을 들고 할머니와 소녀상 옆을 지키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일본 극우파 정치인들의 위안부 망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누구보다 큰 목소리를 내야 할 우리 정부가 '뒷짐'을 진 채 수수방관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미국 정부를 비롯해 세계 각국 정부와 언론, 시민사회 등이 한 목소리로 일본의 여성차별적 망언을 비난하고 나섰지만 유독 한국 정부만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특히 2011년 헌법재판소가 한국 정부에 대해 일본 피해자들에 대한 무책임한 대응을 피해자들의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한 '위헌'이라고 판결했지만 정부는 이후에도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여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윤미향 한국염 김선실)는 지난달 30일 박근혜 대통령과 외교부에 공개질의서를 보내 8일까지 한국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조치 및 계획에 대해 성의있는 답변을 요청했다.


정대협 측은 "박근혜 정부의 출범 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별다른 대책이나 해결 의지를 찾아보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질의서를 받은 외교부는 이날까지 아무런 답변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대협은 질의서를 통해 "최근 일본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일본군 위안부 관련 망언과 범죄 부인이 도를 넘고 있고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이 일본 전역을 돌며 역사의 진실과 평화를 염원하는 호소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1년 일본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를 피해자들의 헌법적 기본권을 침해한 위헌이라고 판결했지만 이후 2년이 다 돼가도록 중재위원회 회부 등 일련의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1년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원폭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위안부·피폭 피해자들이 지난 수십년 동안 일본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요구하면서 싸우고 있는데도 1965년 한·일협정을 이유로 사실상 수수방관해온 정부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고 정부의 조속한 적극적 해결 노력을 촉구한 것이다.


정부가 1965년 체결한 '한·일 재산 및 청구권 협정' 제2조 3항에서 포괄적으로 '모든 청구권'에 대해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다고 일본과 합의한 만큼 피해 당사자들에 대해 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한·일 재산 및 청구권 협정' 제3조는 양국 간에 분쟁이 있을 경우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중재위'를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부의 중재위 설치 노력은 전혀 없는 상태다.


우리 정부가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 등 위안부 문제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반면 세계 각국은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엔 경제사회문화적권리위원회(CESCR)와 고문철폐위원회(CAT)는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방문기간 동안 이루어진 일본 심의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이러한 오명을 씌우는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한 대중교육 등을 권고하고 일본의 후퇴하는 반인권적 행보를 규탄했다.


미국의 마이클 혼다(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는 7일(현지시간)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팰팍)의 위안부 기림비를 방문해 일본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와 책임을 인정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한국 정부를 대신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국내에서 적극 나서고 있는 이들은 80~90대 고령의 피해자 당사자들과 민간단체인 정대협 정도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20년째 매주 수요일 정오 '수요집회'를 갖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이행 등 문제 해결,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요구해 오고 있다.


또 오는 7월로 예정된 일본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일본 시민들과 정치권에 다시 한 번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알리고 올바른 문제 해결과 평화를 호소하기 위해 지난 5월17일부터 약 10일간 일본 순회집회를 마치고 돌아왔다.


국내 위안부 문제의 실무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는 외교부와 여성가족부다.


외교부는 외교적인 문제, 여성가족부는 생존자들의 복지 지원 등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담당인력이라고는 외교부가 서기관 1명, 여성가족부가 사무관 1명 등뿐으로 위안부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외교부는 2011년 헌재의 위헌 판결 이후 그해 9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TF'를 설치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가부는 올해 위안부 관련 20억원의 예산이 편성됐지만 민간이 운영하는 위안부 생활시설에 대해서는 관련법 규정이 없어 지원을 전혀 못하고 있다.


올해 여가부가 할 수 있는 위안부 관련 지원활동은 1인당 100만원 가량의 생활비와 의료혜택 지원, 위안부 만화 제작 및 국제만화페스티벌 홍보, 위안부 할머니들의 종합건강검진 실시, e역사관 운영 등 정도다.


1990년대 초 위안부 문제가 공론화된 이후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총 237명.


이중 4분의 3이 사무친 한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이제 59명(국외 6명)만 생존해 있다.




senajy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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