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고유가에 우크라·민주당 탓…"정유시설 문제"

우크라의 러 정유시설 공격·민주당州 정유시설 폐쇄 지목
중동 원유 수출 회복에도 美 휘발유·디젤 고공행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06.10.6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연료 가격이 치솟은 원인으로 이란과의 전쟁 대신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과 민주당 우세 지역의 정유시설 폐쇄를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최근 휘발유 가격 상승과 관련해 "더 이상 호르무즈 해협이 문제가 아니라 '정유시설'이 문제"란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는 중동에서 "기록적 규모의 원유"가 다시 공급되고 있지만, 러시아 정유시설들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고 있고 미국에선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 정유시설이 폐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이란 전쟁 개전 이후 급감했던 중동산 원유의 수출량이 최근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래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가 지나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에 나서면서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이 치솟았다.

그러나 올 9월 중동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1830만 배럴까지 회복됐으며 일부 기간엔 전쟁 전 수준을 웃돈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우회 수송로를 확대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적도 늘린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원유가 시장에 다시 나오더라도 이를 휘발유·디젤 등 석유제품으로 가공하는 정유시설과 운송망의 병목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연료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국에선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유가와 생활비 문제가 주요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료 가격을 낮추기 위해 비축유 방출과 디젤 공급 확대 등에 나서는 동시에 가격 상승 책임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과 민주당 주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돌리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이 석유제품 공급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엔 일정 부분 근거가 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이 개시된 이래 4년 넘게 전쟁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올 들어 장거리 드론 등을 동원해 러시아 정유시설을 집중 공격해 왔으며, 이에 러시아 내에서도 대규모 연료난이 발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의 올 6월 정유 처리량은 하루 약 380만 배럴로 20여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 내에서도 정유능력 축소가 가격 불안을 키우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외신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선 필립스66의 윌밍턴 정유시설과 발레로에너지의 베니시아 정유시설이 잇달아 폐쇄되면서 현지 정유능력이 약 17% 감소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외부에서 들여오는 비중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캘리포니아의 정유능력 감소를 민주당 정책만의 결과로 단정하긴 어렵단 지적도 나온다. 현지 전문가들은 환경규제와 에너지 전환 정책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의 원유 생산 감소와 휘발유 수요 하락, 정유시설의 경제성 저하 등 장기적인 구조적 요인도 함께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일반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은 갤런(약 3.79L)당 약 4.36달러다. 이는 한 달 전 4.14달러보다 약 22센트 높고,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2월 28일의 2.98달러와 비교하면 약 46% 오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수일간 국제유가는 중동산 원유 수출 회복과 주요 7개국(G7)의 비축유 방출 결정 등에 힘입어 다소 하락하고 있다. 이날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32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9.4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G7은 지난 2일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향후 4개월 동안 디젤·원유 등 비상 비축분 1억 배럴을 시장에 풀기로 합의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