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협의중인데…트럼프, 韓 투자 앞세워 중간선거 경합지 표심 구애

알래스카 사업투자 발표하며 상원 설리번 지원 사격
오하이오·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격전지 언급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한국의 대미투자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9.30 ⓒ AFP=뉴스1

(워싱턴=뉴스1) 이훈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한국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한국 정부가 '추후 협의' 과제로 남겨둔 사업까지 기정사실로 해 공개했다. 11월 3일 중간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상원 격전지 표심을 겨냥한 '보여주기식 발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확정된 건 텍사스 1건뿐… 알래스카·원전은 '미정'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국이 최대 2000억 달러(약 270조5600억 원)를 투입해 텍사스 가스화력복합발전소, 대형 원전 8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원전 8기에 1200억 달러(약 162조3360억 원), 텍사스 가스화력복합발전소에 220억 달러(약 29조7616억 원),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500억 달러(약 67조6400억 원) 이상이 투자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은 알래스카 투자액을 540억 달러(약 73조512억 원)로 보도했다.

이번 발표는 한국이 대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약속한 3500억 달러(약 473억4800억 원) 투자의 첫 실행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확정한 사업은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1건뿐이다. 알래스카 LNG와 원전 8기는 지난 22일 국회 보고에서 상업적 합리성을 이유로 추진 의사를 정하지 않은 사업으로 분류됐다.

산업통상부는 알래스카 사업 참여에 대해 "상업적 합리성을 관련 법률에 따라 검토해 결정하는 것이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사업성 검토 결과에 따라 투자 규모나 방식을 조정하거나 불참할 수도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이 사업을 "하이 리스크 사업"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상 관련 발표를 하는 동안 댄 설리번(공화·알래스카주) 미국 상원의원이 경청하고 있다. 2026.09.30 ⓒ 로이터=뉴스1
열세 몰린 설리번 지원 사격… '격전지 투자 홍보' 패턴

그런데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사업을 포함해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댄 설리번 상원의원(공화)을 지원사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알래스카는 전통적 공화당 강세 지역이지만, 3선에 도전하는 설리번 상원의원은 메리 펠톨라 전 하원의원(민주)에게 다수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다. 9월 AARP 조사에서 펠톨라는 46%로 설리번(41%)을 5%포인트(p) 앞섰다. 일부 조사에서는 동률이거나 설리번이 근소하게 앞서는 등 초접전 양상이다.

알래스카 LNG는 설리번 의원이 오랫동안 밀어온 지역 숙원 사업이다. 설리번 의원은 이날 발표 현장에도 배석해 알래스카 사업에 대해 "반세기 가까이 추진해 온 숙원"이라며 "주민과 교회·학교·병원·기업에 저렴한 에너지를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성과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중 알래스카 지원 유세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지원유세가 반복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에도 상원 격전지인 아이오와주에서 150억 달러(약 20조2920억 원) 규모 외국인 투자 제철소를 홍보했다. 선거가 치열한 주에 해외 투자 성과를 잇달아 부각하는 패턴이다.

이날 발표에서는 중간선거에서 격전지로 꼽히는 지역도 언급됐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원전 8기 건설 부지로 오하이오·테네시·사우스캐롤라이나·켄터키를 꼭 집어 언급했다. 원전 부지 중 테네시와 켄터키는 공화당 텃밭으로 안정권이지만 오하이오와 사우스캐롤라이나는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오하이오는 JD 밴스 부통령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보궐선거가 열리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공화당 존 허스티드 후보가 민주당 셰러드 브라운 후보에 밀리는 여론조사가 나오면서 공화당으로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사망으로 여동생 달린 그레이엄이 의석을 이어받아 이번 선거에도 출마했지만 민주당 애니 앤드루스 후보와 격차가 1%p로 좁혀지면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최근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아이오와와 플로리다, 텍사스, 알래스카를 잇달아 방문해 선거운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이 같은 일정이 중간선거가 다가오면서 공화당 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발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과 높은 휘발유 가격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자신의 경제 성과를 강화해 보여주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사업은 설리번 상원의원이 펠톨라 후보와 치열한 재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알래스카에서 정치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