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국제형사재판소 금융망 고립 추진…달러 거래 차단

개인 제재 넘어 ICC와 대부분 거래 금지…6~7개월 유예 검토
네타냐후 체포영장에 압박 강화…이르면 유엔총회 기간 발표

2026년 3월 28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청사 전경ⓒ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ICC)를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사실상 고립시키는 포괄적인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가 확인한 문서와 미국 당국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6~7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ICC와의 대부분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재가 시행되면 ICC의 달러 거래가 사실상 차단될 수 있다. 국제 은행들도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ICC와 거래를 중단할 가능성이 있어 재판소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고립될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통신 서비스와 관련한 거래 등은 예외로 두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일부 미국 당국자들은 이르면 이번 주 유엔총회 기간이나 직후 제재가 확정·발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ICC 기관 자체보다 고위 관계자들을 겨냥해 제재해왔다. 전 수석검사 카림 칸을 비롯해 아카네 도모코 ICC 소장과 판사들, 부검사장 2명 등이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번 조치는 개인을 넘어 ICC와의 광범위한 거래 자체를 막는다는 점에서 제재 수위가 크게 높아지는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ICC 압박을 강화한 직접적인 배경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이 있다. ICC는 2024년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당시 이스라엘 국방장관에게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두 사람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모두 ICC 회원국이 아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ICC가 비회원국 인사들을 수사하는 것은 미국의 주권을 위협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7월 필요하다면 ICC를 "벽돌 하나씩 해체하겠다"고 경고했다.

반면 유럽 국가들과 일본 등 ICC의 주요 회원국들은 재판소를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WSJ는 유럽연합(EU)이 역내 은행들에 ICC와의 거래를 계속하도록 요구하는 방안 등이 대응책으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