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넘어 회장 된 워런 버핏 아들 하워드…알고 보니 '농부·보안관'?
대학 3곳 다녔지만 졸업장 못 따…농부·사진가·환경운동가·보안관 등 특이 이력
1993년 버크셔 이사회 들어가…기업 분열 방지에 총력 쏟아부을 듯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대학 졸업장도 없이 농부, 사진작가, 보안관을 거친 '이색 경력의 소유자'.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차남 하워드 그레이엄 버핏이 18일(현지시간) 71세의 나이로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직에 올랐다. 아버지의 명성만큼이나 거칠고도 독보적인 그의 인생 역정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학을 세 곳이나 다닌 하워드는 졸업장은 못 땄지만,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본인의 행운에 안주하기 보다는 다채로운 인생사를 경험하며 거친 삶의 전선을 누볐다. 그리고 급기야 100세 가까워 은퇴한 아버지를 이어 70대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하워드는 1970년대 일리노이주의 어거스타나 칼리지와 채프먼 칼리지, UC어바인 등 세 곳의 대학에 다녔으나 어느 곳에서도 학위를 받지 못했다.
학교를 떠난 그가 선택한 건 들판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사준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북쪽의 농장을 일구기 시작했다.
당시 90㎏이 넘었던 아들의 건강을 걱정한 워런 버핏은 체중을 82.8㎏ 미만으로 유지하면 농장 이익 배당을 더 주겠다는 독특한 인센티브를 내걸기도 했다.
이 경험을 살려 농업 기업에도 들어갔다. 그는 1991년부터 1995년까지 대형 곡물 기업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 이사를 지냈고, 이후 부사장 겸 회장 보좌역으로 일했다. 다만 회사가 가격 담합 의혹과 관련한 논란에 휩싸이자 1995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에는 사진작가로 변신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우크라이나를 여러 차례 직접 방문해 전쟁의 참상을 촬영하고 지원 사업을 점검했다.
특히 일리노이주 메이컨 카운티 보안관으로 약 10년 동안 현장을 누비며 법 집행관으로 일한 이력은 널리 회자된다.
이 밖에도 네브래스카주 더글러스 카운티 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 산하 위원회와 비영리 조직인 대통령 선거 토론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야생과 환경, 인간의 조건을 다룬 12권 이상의 저서를 집필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두 차례 올랐으며, 수상 경력이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총괄 프로듀서로도 이름을 알렸다.
자선 활동으로 150개국 이상을 여행한 그는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멕시코, 르완다, 우크라이나 등 각국 정부로부터 훈장과 표창을 받았다.
최근까지도 그는 '하워드 G. 버핏 재단'을 이끌며 글로벌 기아 해결, 인신매매 근절, 분쟁 완화, 우크라이나 지뢰 제거 및 인프라 개선 등에 수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아버지인 워런 버핏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그가 회장직을 물려받는 이유를 묻자 "그가 내 아들이기 때문에 그 자리를 받는 것"이라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워런 버핏은 자신이 세운 보험·철도·에너지·제조·유통 복합기업이 단기 실적 논리나 행동주의 투자자의 압력으로 쪼개지는 상황을 오래 경계해 왔다.
하워드는 후임 경영진이 단기 실적 중심의 변화를 꾀하거나 회사를 쪼개려 할 때 제동을 걸며 중심을 잡는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지난해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오랜 측근 그레고리 에이블이 실무를 총괄한다면, 하워드는 비상임 회장으로서 회사의 문화와 가치를 지키는 중책을 맡은 셈이다.
워런 버핏은 아들의 역할에 관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으며 결코 청구할 일이 없기를 바라는 보험 정책과 같다"라고 표현했다. 에릭 고든 미시간대 교수는 "버핏의 뒤를 잇는 것은 슈퍼맨의 뒤를 잇는 것과 같다"며 그의 부담감이 적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하워드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무엇을 맡겼는지, 자신이 해야할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자신이 맡을 역할과 관한 질문을 받고 "일을 단순하게 유지하고, 꼭 필요한 일은 하되 불필요한 일은 많이 벌이지 않으며, 사람들을 공정하게 대하고, 매니저와 주주를 존중하고, 나쁜 소식은 미리 솔직하게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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