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AI 틀어막던 트럼프…중국산 신약에는 빗장 풀 듯"

로이터 보도…"무기화 가능한 의약품 제외하고 라이선스 대부분 허용 추진"
24일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파격 개방…임상 고갈 직면한 대형 제약사에 이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월 15일 베이징 중난하이를 둘러보며 대화하고 있다. 2026.5.1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에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약·바이오 분야만큼은 예외로 두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18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미 재무부가 미국 제약사와 중국 기업 간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대부분 허용하는 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물학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병원체나 군사 기술로 쓰일 수 있는 생명공학 기술에만 제한을 두는 방식이다.

오는 24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수면 위로 떠오른 이번 조치는 임상 후보물질 부족에 시달리던 미국 대형 제약사들의 치열한 로비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을 압박하던 기존 방침에서 큰 폭으로 선회한 셈이다.

화이자를 비롯한 주요 제약사들은 최근 몇 달간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을 잇달아 만났다. 이들은 중국산 신약을 차단하면 미국의 치료제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논리로 전면 규제에 반대했다.

실제로 중국 바이오 기업의 신약 개발 능력은 빠르게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25년 한 해 동안 중국 바이오테크 분야의 해외 라이선스 계약 규모는 1150억 달러(약 160조 원)에 달했다.

특히 2025년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들여온 라이선스 의약품 계약 중 절반이 중국산이었고, 이런 흐름은 2026년에도 이어졌다.

올해 들어서만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이 중국 장쑤 헝루이 제약과 최대 152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화이자 또한 중국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와 12개 항암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최대 105억 달러(약 15조 원) 규모 협력 계약을 맺었다.

대정부 설득의 전면에 섰던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속도를 늦추려 드는 것이 그들과 경쟁하는 올바른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치료제를 확보하는 일에 국가안보 위험이 존재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와 미국 내 중소 바이오 업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단기적인 약값 안정과 신약 확보를 위해 장기적 기술 패권을 중국에 헌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지난 2023~2024년 의회 바이오테크 경쟁력 자문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켈리 깅코 바이오웍스 최고경영자는 "혁신 신약을 중국에 전략적으로 의존해도 괜찮은지 의문"이라며 "현재의 오프쇼어링(연구개발 해외 외주화)이 바로 그런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회 내 대중국 매파들의 칼날도 매섭다.

존 물레나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장(공화·미시간)은 "라이선스 계약, 합작 투자, 지분 투자를 통해 중국 바이오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는 미국 자본은 중국 제약산업의 고도화를 돕고 있다"고 경고했다.

물레나 의원은 지난해 통과된 대중 역외 투자 제한법인 '코인스법'을 활용해 제약 거래를 단속해야 한다며 데비 딩겔 하원의원(민주·미시간)과 함께 초당적 규제 강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반면 바이오 클러스터가 밀집한 매사추세츠주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제이크 오친클로스 하원의원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맞섰다.

오친클로스 의원은 "중국은 생명공학에 1000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으며 우수한 과학자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반도체 정책을 바이오 정책에 그대로 끌어다 붙일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실현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다만 재무부의 이번 가이드라인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로이터는 미중 정상회담 결과와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심에 따라 내용이 바뀔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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