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집에 안 들여"…트럼프에 분노한 캐나다인 애국소비 확산
WP 보도…팬케이크 가루부터 세제·여행까지 美제품 불매
미국산 대체품 찾는 온라인 모임만 140만명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산은 이제 집에 안 들이기로 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사는 프랑신 피셰(66)는 지난 1일 미국 식품업체 밥스레드밀에 이 같은 '작별 이메일'을 보냈다. 수년간 즐겨 먹던 글루텐프리 팬케이크 가루마저 끊겠다는 통보였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한 무역 정책과 영토 병합 위협에 반발한 캐나다인들이 자체적인 미국산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셰는 이메일에 "당신들의 대통령이 캐나다가 주권 국가임을 이해할 때까지 (미국산)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일갈했다. 그는 WP 인터뷰에서 "캐나다산이 최우선 구매 대상이고, 그 다음은 미국산이 아닌 것"이라며 "미국산은 이제 한참 뒤인 세 번째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식료품점에서 원산지를 확인하고, 휴가지를 바꾸고, 익숙한 생활용품의 대체재를 찾는 일이 요즘 캐나다인들에게 '애국적 의무'가 됐다고 WP는 전했다. 수십 년간 긴밀하게 얽혀 온 이웃나라와의 경제 관계를 일상에서부터 끊어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변화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WP가 인용한 6월 통계에서 캐나다인의 미국 여행은 2024년 같은 달보다 25% 줄었다.
캐나다 중앙은행도 앞선 분석에서 식료품 소비 측면에서 미국산에 대한 기피 흐름이 "크지는 않지만 분명히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지난 8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약 2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설명하는 영상 메시지에서 "가장 강력한 행동은 캐나다산을 사고 캐나다를 여행하는 여러분에게서 나온 것"이라며 "이는 기업 이사회 회의실이 아니라 주방 식탁에서 내려진 결정들"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캐나다인들의 물산장려운동을 독려하는 발언이다.
불매운동의 정보 교환소는 온라인이다. 캐나다산 제품을 찾고 추천하는 페이스북 그룹 '메이드 인 캐나다'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30만 명이 채 안 되던 회원이 140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여기서는 피부 보습제와 반려동물 사료부터 속옷, 기타, 피클볼 라켓까지 대체품을 묻는 글이 이어진다.
뉴펀들랜드주 세인트존스에서 의사로 일하는 크리스티나 템플턴은 80대 부친이 즐겨 마시던 커피믹스도 교체했다. 미국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불매가 무슨 소용이냐던 그의 부모님도 마음을 바꿨다.
미국이 온타리오호의 명칭을 아메리카호로 바꾼 사건이 계기가 됐다. 템플턴은 "아버지는 이제 불매 효과보다 아침에 커피를 마실 때마다 기분이 상하는 상황 자체가 싫다고 한다"고 말했다.
캐나다 현지 생산자에게는 기회가 됐다. 농장주 팀 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높아질 때마다 매장과 슈퍼마켓의 주문 문의가 쏟아진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출시한 쇼트브레드 쿠키는 일주일에 100상자씩 팔린다. 그는 "이게 가장 큰 요인인 것 같다"며 포장지 오른쪽 위에 새겨진 캐나다 국기 문양을 가리켰다.
불매 대상은 식탁 밖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토론토의 작가이자 창업 전문가 페트라 카순머치는 어도비와 구글 워크스페이스, 줌 등을 대신할 캐나다·유럽 서비스를 찾았다. 그는 "수고가 좀 들지만, 얽힌 것을 풀어낼 수는 있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과의 완전한 결별은 쉽지 않다. '메이드 인 캐나다'의 플랫폼인 페이스북부터가 미국 기업이다. 원산지를 꼼꼼히 따져도 식재료나 기호품에서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온타리오주 겔프 주민 안젤라 올트는 "좋아하는 포도와 샐러리는 대부분 미국산이고 남편은 감미료 스플렌다를 대체할 제품을 찾지 못했다"며 "그냥 감수하고 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여행만큼은 미국으로 가지 않기로 했다. 올트는 지난해 여름 뉴욕 여행을 취소했다면서 "상황이 바뀌기 전까지는 절대 안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현상에 관해 에이버리 샌필드 CIBC 캐피털마켓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캐나다인들은 미국 정부의 결정에 상처받았다"며 "선택지가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애국적 의무감에서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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