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EU와 '준회원' 관계 추진…카니의 대미 의존 탈피 승부수

美와 무역협상 결렬 뒤 유럽과 에너지·인공지능·방산 등 협력 확대
EU 단일시장과 사실상 연계 추진…17일 유럽의회서 구상 설명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2026.08.2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적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카니 총리가 프랑스·이탈리아·독일·북유럽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비공개 협의를 이어가며 캐나다를 유럽 경제권에 더욱 깊숙이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니 총리는 EU 정식 가입이나 단일시장 가입에 이르지는 않으면서도 최대한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유럽 특사에게 지시했다. 특히 캐나다에 'EU 준회원'이라는 새로운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EU도 이에 열린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에너지와 인공지능(AI), 핵심 광물, 방위산업 등 전략 분야에서 캐나다가 유럽 단일시장과 사실상 연계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캐나다산 제품과 서비스,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유럽 시장 접근을 확대하고, 캐나다인의 유럽 내 거주·취업을 비자 없이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와 유럽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과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저장시설, 위성망을 구축하고 캐나다산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수출하기 위한 파이프라인 건설 등도 검토되고 있다. 양측은 연구기관 협력을 확대하고 캐나다의 EU 유학 프로그램 참여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구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캐나다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한 데 따른 대응이다. 캐나다 수출의 3분의 2가 미국으로 향하는 만큼 유럽이 미국과의 교역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카니 총리는 미국에 대한 경제·안보 의존도를 낮추는 장기적인 방향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알렉산더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아니라 EU의 28번째 주가 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농담하기도 했다.

다만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다. 캐나다가 EU와 긴밀한 경제관계를 맺으려면 EU 예산 분담과 규제, 노동시장 개방 등의 문제를 받아들여야 할 수 있다. 캐나다 내에서는 주권을 일부 EU에 넘기는 데 대한 반발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또 유럽 경제가 미국을 대체할 만큼 캐나다산 제품을 흡수하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EU 내부에서도 카니 총리의 구상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EU 회원국 10곳은 10년 전 체결된 캐나다와의 기존 무역협정을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브렉시트의 경험 때문에 캐나다에 지나치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할 경우 다른 회원국들의 이탈 요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럼에도 일부 유럽 당국자들은 캐나다를 유럽 밖의 우호적인 민주주의 국가가 EU와 얼마나 긴밀하게 결합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사례로 보고 있다. 협상이 성사될 경우 캐나다는 유럽 밖 국가 가운데 EU와 가장 가까운 관계를 맺게 될 가능성이 있다.

카니 총리는 오는 17일 유럽의회에서 유럽과의 관계 강화 구상을 설명할 예정이다. 양측은 이후 정상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협력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실무그룹도 출범시킬 계획이다.

카니 총리는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전환이 아닌 단절"로 규정해 왔다. 캐나다 고위 당국자는 이번 움직임을 "북미 국가에서 대서양 국가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allday3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