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3년 전 "폭탄 실은 비행기로 美도시 공격 가능성"…CIA 기밀 71건 공개

1998년부터 본토 공격·항공기 납치 가능성 잇달아 대통령 보고

2001년 '9·11 테러' 당시 민항기가 미국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에 충돌해 폭발하고 있다. <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9·11 테러' 25년을 맞아 오사마 빈라덴과 알카에다의 미국 공격 가능성을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극비 정보자료 71건을 공개했다. 이들 문서엔 참사 약 3년 전부터 알카에다가 항공기를 이용해 미국 도시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CIA가 11일(현지시간) 공개한 자료는 1998년 2월 13일부터 9·11 테러 다음 날인 2001년 9월 12일까지 작성한 대통령 일일 브리핑(PDB)과 관련 보고서 71건, 총 101쪽이다. PDB는 미 정보기관의 주요 판단을 대통령과 극소수 고위 당국자에게 전달하는 최고 등급 정보보고서로서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는 빌 클린턴·조지 W. 부시 행정부 시기에 작성됐다.

보고서 내용 중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테러 발생 3년 전부터 이어진 미 본토 공격 경고다. 1998년 9월 10일 자 '빈라덴의 소재와 의도' 보고서엔 당시 정보론 빈라덴의 향후 공격 의도를 확정할 수 없다면서도 그가 "선호하는 선택지는 워싱턴의 미 영토를 공격하는 것"이란 내용이 담겼다. 1998년 아프리카 미 대사관 폭탄테러 관련 세력이 "폭발물을 실은 비행기를 미국 도시로 날려 보낼 수도 있다"는 보고 내용도 기재돼 있다.

같은 해 12월 4일 자 보고서는 제목부터 '빈라덴, 미 항공기 납치 및 기타 공격 준비'였다. 이 보고서에선 빈라덴 연계 세력이 미국에서 항공기를 납치하는 방안을 포함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고, 작전원 일부가 뉴욕의 한 공항에서 시험적으로 보안 검색을 피하는 데 성공했다는 첩보가 기재돼 있다. 빈라덴 조직 일부가 항공기 납치 훈련을 받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우려도 일찌감치 제기됐다. 1998년 2월 작성한 보고서는 "빈라덴 등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화학·생물학·핵 물질을 확보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1999년 작성된 보고서들엔 빈라덴 조직이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이른바 '더티 폭탄'을 만들 가능성을 검토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폭발물에 방사성 물질을 첨가하는 실험을 했다는 첩보가 담겼다.

1999년 7월엔 빈라덴이 탈레반 측에 "미국을 먼저 공격하지 않겠다"고 주장한 게 기만 정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CIA는 해당 보고서에서 "빈라덴이 미국을 상대로 한 테러 작전을 중단했다고 탈레반을 속이는 동안 실제 공격 준비는 계속 진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테러를 불과 36일 앞둔 2001년 8월 6일 자 PDB엔 '빈라덴, 미국 공격 결심'(Bin Ladin Determined To Strike in US)이란 제목이 붙어 있었다. 이 보고서는 '9·11 조사위원회'의 요구로 2004년 공개됐던 것으로 미국 내에서 "항공기 납치나 다른 형태의 공격 준비와 일치하는 의심스러운 패턴"이 발견됐고, 뉴욕 연방 청사들에 대한 감시활동도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당시 FBI는 빈라덴과 관련됐다고 판단한 사건 약 70건을 미 전역에서 수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경고는 구체적인 공격 시간과 장소, 방식 특정으로까진 이어지지 못했다.

테러 다음 날인 9월 12일 자로 작성된 보고서엔 당시 아프가니스탄과 걸프 지역 수니파 극단주의자들 사이에서 빈라덴이 지시한 공격이 임박했다는 사실이 퍼져 있었다는 정보와 칸다하르의 한 아랍인이 '미국 공격이 2년 동안 계획됐다'고 진술했다는 등의 내용이 실려 있었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매체들은 이번에 공개된 자료로 9·11 테러에 관한 중대 사실을 새롭게 드러난 건 아니지만, 정보당국이 알카에다의 공격 의도를 거듭 경고하면서도 구체적인 공격 계획을 파악하지 못했음을 다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9·11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도 이날 펜타곤에서 열린 9·11 추모식에서 "테러를 막을 수 있을 만큼 제때 위험의 본질을 보지 못했다. 우린 할 수 있는 일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충분하지 않았다"며 그 책임을 인정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