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문화전쟁' 표적 됐던 스미스소니언 첫 흑인 수장 사임

트럼프 "스미스소니언, 편향된 모습 전시" 공격 지속

로니 번치 미 스미스소니언 재단 사무총장. ⓒ AFP=뉴스1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이후 '문화 전쟁'의 대표적인 표적이었던 스미스소니언 재단의 첫 흑인 수장이 올해 말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로니 번치 사무총장은 이날 "이제 다음 장으로 넘어갈 때가 됐다. 스미스소니언의 진정성을 계속 지키고, 우리나라의 복잡한 이야기를 조명하고 기리는 역사의 중요성을 옹호할 수 있게 해줄 장이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는 백악관의 압박이 사임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고 말했으나 "어느 시점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무총장직에서 오는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는 2019년부터 사무총장을 맡아왔으며, 21개 박물관·갤러리와 21개 도서관, 국립동물원을 비롯한 재단 산하 연구·교육센터를 이끌며 행정부와의 관계를 조율해 온 외교관과 같은 인물로 평가받았다.

그는 인기 박물관인 국립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문화 박물관을 개발·개관한 뒤 사무총장직에 올랐는데, 이 박물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보수 진영의 비난의 표적이 되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스미스소니언이 '미국의 편향되고 분열적인 모습을 그려낸다'며 압박을 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스미스소니언은 통제 불능 상태다. 그곳에서 다뤄지는 모든 것은 우리나라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노예제가 얼마나 나빴는지, 억압받은 이들이 얼마나 성취하지 못했는지에 관한 것뿐이다. 성공에 대한 것도, 밝은 면에 대한 것도, 미래에 대한 것도 전혀 없다"고 비난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의 진실과 건전성 회복'이라는 제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스미스소니언 산하기관들로부터 '부적절한 이데올로기'를 제거하고 '미국적 위대함의 상징'을 복원시키도록 지시하는 내용이다.

같은 해 5월에는 스미스소니언 국립초상화갤러리의 첫 여성 관장 킴 사제트를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지지를 이유로 해임했다.

또 미국 독립기념일인 지난 7월 4일 백악관은 국내정책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스미스소니언 대표 역사박물관 출입구에 '이 박물관의 전시물은 여러분이 이 나라를 사랑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준비한 것'이라는 경고문을 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번치 사무총장은 보고서 발표 직후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서신에서 메모에서 "항상 개선의 여지는 있겠지만, 이 보고서는 국립 미국역사박물관의 활동과 전체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