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대신 허스토리"…'급진 페미니즘 대모' 로빈 모건 별세
향년 85세…신좌파 내 성차별 맞서며 제2물결 페미니즘 확산 앞장서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구호로 대표되는 미국 제2물결 페미니즘의 대모 로빈 모건이 8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CBS 등에 따르면, 유일한 유족인 아들 블레이크 모건은 그가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1941년 플로리다주에서 태어난 모건은 3살부터 아역 배우로 활동하며 인기를 얻었지만, 10대에 접어들면서 작가가 되기 위해 연기를 그만두었다.
민권운동과 베트남전 반대 운동을 겪으며 성년을 맞은 모건은 신좌파 내부의 성차별에 반발하며 급진적 여성주의 운동을 주도했다.
'여성의 시각에서 쓴 역사' 뜻하는 '허스토리'(herstory)라는 조어를 만들었고, "포르노그래피는 이론이고 강간은 실천"이라는 문구를 남겼다. 여성 해방 운동의 상징인, 여성 기호(♀) 안에 붉은 주먹을 그려 넣은 도안도 그가 직접 만들었다.
1960년대 후반에는 급진 페미니스트 단체 '지옥에서 온 여성 국제 테러리스트 음모단'(W.I.T.C.H.)과 '뉴욕 급진 여성회'(New York Radical Women)를 공동 창립했다.
'뉴욕 급진 여성회'는 1968년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다며 미스 아메리카 선발 대회에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했다.
1970년 모건이 엮은 에세이 선집 '자매애는 강하다'(Sisterhood Is Powerful)는 제2물결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저작으로 꼽힌다. 이 책은 미국도서관협회가 꼽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책 100권'에 선정됐다.
같은 해 모건은 지하신문 '랫'에 실은 에세이 '그 모든 것에 작별을'에서는 좌파 진영 남성들을 실명으로 지목해 파문을 일으켰고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
그는 1973년 한 회의에서 트랜스젠더 포크 가수 베스 엘리엇이 서부 해안 레즈비언 콘퍼런스에 참석하는 것을 반대하는 기조연설을 해 훗날 '트랜스 배제적 급진 페미니스트'(TERF)로 분류됐다.
2024년 NYT 인터뷰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자 "트랜스젠더의 권리는 인권이라고 믿는다"면서도 "복잡한 문제"라고 답했다.
1989년에는 절친한 사이였던 여성 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요청을 받아 미즈(Ms.) 매거진 편집장에 취임했고, 1994년까지 재직하며 잡지를 광고 없는 국제 격월간지로 재편했다.
2005년에는 스타이넘, 제인 폰다와 함께 언론계 여성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여성미디어센터'를 설립했다.
평생 시집과 소설, 논픽션을 포함해 24권의 책을 내고 수많은 에세이를 썼다. 주요 저서로는 폭력을 페미니즘 관점에서 분석한 베스트셀러 '악마의 연인: 테러리즘의 성적 본질에 대하여', 회고록 '토요일의 아이' 등이 있다.
mau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