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아성' 텍사스, 11월 선거 격전지로…'사건' 터질 냄새
30여년 공화당 텃밭…민주 탈라리코, 공화 팩스턴과 초박빙
민주, 텍사스 잡으면 상원 판도 요동…대선 지형까지 영향
- 최종일 선임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미국 공화당의 철옹성 텍사스가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30년 넘게 민주당이 주 전체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했던 텍사스의 연방 상원의원 선거가 초박빙으로 전개되면서다.
민주당이 의석을 탈환할 경우 상원 다수당의 향방을 가를 변수가 되는 것은 물론 미국 정치 지형 자체가 흔들리는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원을 등에 업은 켄 팩스턴(63) 텍사스주 법무장관을 내세웠지만, 민주당 주 하원의원 제임스 탈라리코(37)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팩스턴과 접전을 벌이거나 앞서면서 비상이 걸렸다.
최근 조사 결과는 판세가 얼마나 팽팽한지를 보여준다. 텍사스 공공여론조사(TPOR)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조사에서 탈라리코는 48%로 팩스턴(42%)을 6%포인트(P) 앞섰다. 텍사스대·텍사스정치프로젝트 조사에서는 탈라리코 42%, 팩스턴 39%였고, 에머슨대 조사에서는 팩스턴 47%, 탈라리코 46%로 사실상 동률이었다.
일부 조사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오차범위를 벗어나 앞섰지만, 전체적으로는 승자를 예측하기 어려운 초박빙 구도라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선거분석 업체 '쿡 폴리티컬 리포트'도 텍사스 상원의원 선거를 '초접전(Toss Up)' 지역으로 분류했다.
판세가 심상치 않자 트럼프 대통령도 직접 지원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댄 패트릭 텍사스 부지사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탈라리코가 당선될 경우 "텍사스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탈라리코를 "이상한 사람(weirdo)"이라고 공격하는 한편, 팩스턴에 대해서는 "어쩌면 미국 전체에서 최고의 법무장관이었을 수도 있다"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가 민주당으로 넘어갈 경우 미국 정치 전체에 심각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텍사스의 공화당 지위를 지키는 것이 연방정부에서 공화당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공화당 전략가 칼 로브는 최근 폭스뉴스 라디오에 출연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팩스턴을 당선시키려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탈라리코를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팩스턴 개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부정적 인식도 공화당의 약점으로 꼽힌다. 팩스턴은 2023년 부패 관련 의혹 등으로 텍사스주 하원에서 탄핵소추됐는데, 주 상원에서 무죄 평결을 받았다. 증권사기 혐의로 기소됐다가 형사재판을 피하기 위해 검찰과 합의한 전력도 있다. 사생활과 관련한 논란 등 각종 스캔들도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런 팩스턴의 이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반면 탈라리코는 젊고 비교적 신선한 이미지를 앞세우고 있다. 장로교 신학교에서 공부한 그는 자신의 기독교 신앙을 선거운동의 주요 메시지로 내세우고 있다.
공화당은 텍사스 위기 돌파를 위해 오는 9~10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리는 전국 전당대회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와 후원자들은 이번 전당대회를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성과를 부각하고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지지층을 결집할 기회로 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공화당 내부에서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초반에 머무는 데다 물가와 이란 전쟁에 대한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부각되면 무당파 유권자들의 이탈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텍사스 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공화당의 상징적인 텃밭을 민주당이 차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에서 53석 대 47석으로 다수당이다.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려면 최소 4석을 뒤집어야 한다.
알래스카·아이오와·메인·미시간·오하이오·텍사스 등 핵심 경합지역에서 민주당이 의석을 추가하면 상원 다수당을 탈환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텍사스는 당초 공화당이 확실히 지킬 것으로 여겨졌던 곳이라는 점에서 판세 변화의 의미가 더욱 크다.
더 큰 의미는 텍사스가 미국 공화당의 핵심 기반이라는 데 있다. 텍사스에서는 1993년 이후 민주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텍사스에서 이번 선거가 초접전으로 전개되는 배경에는 최근 달라진 정치 지형의 영향도 있다. 히스패닉 인구가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는 등 인구 구성이 다양해지고 있고, 댈러스·휴스턴·오스틴·샌안토니오 등 대도시권과 교외지역의 성장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교외지역에는 젊은층과 고학력 전문직, 무당파·중도 성향 유권자가 늘면서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강했던 지역에서도 민주당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인구·지역 구성의 변화에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생활비 상승, 이란 전쟁에 대한 불만, 팩스턴의 개인적 약점까지 겹치면서 공화당의 텍사스 장악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텍사스는 대통령 선거에서도 막대한 선거인단을 가진 핵심 주다. 민주당이 텍사스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경우 2028년 대선의 선거인단 지도와 양당의 선거 전략까지 다시 그려질 가능성이 있다.
30년 넘게 이어진 공화당의 아성이 이번 선거에서 무너진다면 미국 정치에서 상징적인 사건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 언론에서는 민주당이 텍사스에서 승리할 경우 "정치적 지진"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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