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2주'에 마라톤 풀코스 2시간 59분…"걷는 게 더 힘들어요"
美오클라호마 29세 여성, 시드니 마라톤서 통산 7번째 완주
담당의사 소견 바탕으로 출전…출산 후인 12월도 출전 예약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대 미국인 여성이 임신 32주에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안쪽으로 달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3일(현지시간) 글로벌 러닝 전문 매체인 마라톤핸드북과 외신들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주 출신 알리 앤더슨(29)은 지난달 30일 임신 32주의 몸으로 시드니 마라톤을 완주했다. 기록은 2시간 59분 43초.
여성 마라토너 중 상위 1%에 해당한다는 '서브-3(3시간 이내 완주)'의 벽을 임신 8개월의 만삭에 가까운 몸으로 당당히 넘어선 것이다.
앤더슨은 임신 사실을 알기 전에 이미 시드니 마라톤 참가 접수를 마친 상태였다. 뉴스24오스트레일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만삭의 몸으로 마라톤을 뛰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자신이 출전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번 경기는 그의 네 번째 월드 마라톤 메이저 완주이자 통산 일곱 번째 풀코스 완주, 그리고 임신 중 치른 두 번째 마라톤이 되었다.
앤더슨은 불과 몇 달 전인 지난 4월, 임신 13주 차에 참가했던 보스턴 마라톤에서는 2시간 41분 58초라는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고 경기를 마친 직후 임신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보스턴에서는 1마일당 평균 6분 11초의 페이스를 유지했지만, 이번 시드니에서는 1마일당 6분 52초로 속도를 조절했다. 서브-3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마일당 페이스인 6분 51초에 정확히 맞춘, 꼭 필요한 만큼의 페이스 조절이었다.
시드니 마라톤은 하버 브리지 초반의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 동부 교외의 언덕 코스를 통과해야 했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몸무게가 늘어난 탓에 언덕 구간이 훨씬 묵직하게 다가왔지만, 컨디션은 정말 좋았고, 무리해서 힘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 중 유일한 난관은 잦은 화장실 방문이었고, 뛰는 것보다 경기가 끝난 후 걸어 다니는 것이 훨씬 더 힘들었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의 이러한 도전에는 철저한 의학적 소견과 자기 관리가 뒷받침되었다. 임신 초기 담당 의사는 "지금 하던 운동을 멈출 이유는 없다. 다만 기록을 경신하려 무리하지만 않는다면 안전하게 계속해도 좋다"고 마라톤을 허락했다. 임신중독증이나 전치태반 같은 위험 요인이 없는 건강한 임신 상태였기에 가능했다.
의학계의 연구 결과들도 마라톤이 임신부에 해가 된다는 내용이 없다. 2019년 발표된 한 대규모 문헌 연구에 따르면, 임신 후기까지 고강도 운동을 지속하더라도 신생아의 출생체중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조산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운동 강도가 최대 심박수의 90퍼센트를 넘어설 경우 태아의 심박수가 일시적으로 느려지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했고 일반적인 임신부 러닝 가이드라인은 32주에서 36주 사이에는 뛰지 말고 걷기 위주로 활동을 줄이라고 조언한다.
앤더슨은 "오랫동안 마라톤을 해오며 내 몸이 보내는 신호와 한계를 정확히 알고 있다"며 최대치의 역량까지 밀어붙이지 않고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드니 마라톤은 앤더슨이 출산 전에 뛰는 마지막 풀코스가 될 전망이다. 앤더슨은 "우리 아이와 함께 벌써 두 번의 마라톤을 뛰었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하지만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12월에 올해 세 번째 마라톤 대회 출전을 예약해 뒀다. 오는 2028년 미국 올림픽 마라톤 대표 선발전 기준 기록인 2시간 37분 00초를 목표로, 달리는 엄마는 계속 질주할 예정이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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