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출생시민권 제한 새 행정명령, 美법원서 또 제동

메릴랜드 연방지법, 집행 정지 가처분 인용…대법원 위헌 취지 재확인
법무부 '세부 지침 전 소송 시기상조' 주장했으나 사법부 문턱 못 넘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여행업계 임원들과 회동하고 있다. 2026.9.2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 법원이 출생시민권 제도를 축소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수정 행정명령에 대해 또다시 제동을 걸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메릴랜드주 그린벨트 연방지방법원의 데버라 보드먼 판사는 2일(현지시간) 이민자 권익 단체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트럼프 대통령의 최신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에 대한 예비적 유지명령(집행 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미 국무부와 국토안보부(DHS), 사회보장국(SSA) 등 연방 기관은 소송 대상 아동들의 시민권 인정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일체의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됐다.

미 연방대법원이 전면적 시민권 제한에 위헌 결정을 내린 지 두 달여 만에, 사법부가 행정부의 우회적 시도에도 즉각 빗장을 걸어 잠근 셈이다.

이번 판결의 핵심 근거는 연방대법원의 선례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취임 초기 미등록 이주민 등 비시민권자의 자녀에 대해 출생시민권 부여를 전면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6월 30일 '바버라 대 트럼프' 판결에서 6대 3으로 해당 조치가 미 수정헌법 제14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미국 영토 내 출생자에게 시민권을 보장한 헌법상 기본권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6일 전면 차단 대신 '원정 출산'과 외국 정부 근무자, 사기·상업적 거래 연루자, '적국 국민'의 자녀를 정조준해 대상을 좁힌 새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보드먼 판사는 대법원의 판단이 이미 확고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보드먼 판사는 결정문에서 "대법원은 소송 대상 집단의 아동들이 '태어날 때부터 시민'이라는 점을 이미 선언했다"며 "새 행정명령 역시 이들에게 적용되는 한 위헌일 가능성이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그는 "법원은 시민권을 박탈하려는 대통령의 가장 최근 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잠정적 집행 정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소송 과정에서 미 법무부는 새 행정명령이 적용 범위를 좁혔을 뿐 아니라, 각 연방 기관의 세부 시행 지침이 공표되기 전이므로 이번 소송 제기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맞섰다.

실제로 국무부는 여권 신청 시 부모의 시민권이나 체류 신분을 증명하도록 요구하는 내부 지침 초안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행정명령 문구를 그대로 보면 출생 시점과 관계없이 소급 적용될 위험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정부 측 주장을 기각했다.

원고 측인 '망명신청자 옹호 프로젝트'의 콘치타 크루즈 공동대표는 결정 직후 "이민자 가족들이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들의 권리를 방어하기 위해 새로운 행정명령이 나올 때마다 법정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로 백악관의 출생시민권 제한 정책은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실질적인 집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정책 추진에 다시 한번 큰 차질을 빚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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