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외로운 싸움 되나…유럽, 대미 항전 몸사리며 '관망'
EU·영국 "美·캐나다 모두 중요한 파트너"…무역전쟁 편들기 자제
트럼프 경제 압박 대응 협력체계, 여전히 제도적 미흡
- 이지예 객원기자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캐나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대항을 선포하고 무역 전쟁을 벌일 태세이지만 유럽연합(EU)·영국 등 다른 중견국들은 대미 보복에 동참하기보다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캐나다 정부는 25일(현지시간) 미국이 지난 22일 200억 달러(약 28조 원) 상당의 캐나다산 수입품에 부과한 50% 관세에 맞서 내달 8일부터 같은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최대 5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공격을 받으면 전쟁을 하게 된다. 우리는 공격받았다"며 "미국은 너무 많이 요구하면서 너무 적게 제시했다. 우리는 미국이 제시한 것을 수용할 수 없고, 미국이 요구한 것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가에선 그동안 미국의 관세 위협에 대한 각국의 대응이 맞불보다는 트럼프 대통령 달래기에 치중된 상황이었는데 미국과 지리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계된 캐나다가 앞장서 대미 무역 전쟁의 전면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나다 매체 글로브 앤 메일은 "현재로선 캐나다가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거나 관세에 동의하기를 거부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골적으로 반기를 든 유일한 나라"라며 "전 세계가 캐나다가 트럼프에게 맞서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에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지사는 "다른 나라들도 캐나다의 뒤를 따르길 바란다. 어느 시점에서는 세계가 '더는 안 된다'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와 영국의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경제통'으로 작년 4월 캐나다 총선에서 반트럼프 구호를 앞세워 집권했다. 취임 이후 대미 관세 협상을 모색하면서도 '미국의 패권'이 국제 체계를 지탱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중견국들이 '순응'하지 않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견국들은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 전쟁에서 섣부른 편 들기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EU 대변인은 "미국과 캐나다 모두 중요한 무역 파트너로 우리는 대서양은 물론 국제 무역의 안정과 예측 가능성 유지를 위해 양국 모두와 긴밀히 협력 중"이라며 "우리는 관세에 반대한다. 관세는 수입업자와 소비자가 부담하게 되는 세금"이라고 밝혔다.
영국 상공회의소(BCC)의 윌리엄 베인 무역정책 담당국장은 "미국과 캐나다 모두 영국의 최우선 교역·투자 파트너"라며 "무역 분쟁 확대로 인한 승자는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국제 무역 시스템이 붕괴 위기에 놓이자 EU, 영국, 캐나다 등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 주도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협력 강화를 꾀해 왔다.
캐나다 싱크탱크 전략국가센터(CSS)의 비나 나지불라 최고경영자(CEO)는 그러나 "경제적 압박에 공동 대응하는 체계는 여전히 초기 단계"라며 "정치적 연대는 강화되고 있지만 제도와 수단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EU, 영국, 일본 같은 (캐나다의) 우방들이 현재로선 트럼프를 향한 카니 총리의 외로운 대항으로부터 교훈을 찾기 위해 몸을 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은 "대미 보복이 점점 더 용인되는 분위기"라면서도 "캐나다의 공격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정치적 대가를 치르지 않게 된다면 향후 미국 행정부들의 유사한 정책 추진을 막을 수 없게 된다"고 분석했다.
ez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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