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잃을 것도 없다"…궁지 몰린 이란, 美제재에 무력도발 가능성
NYT 보도…"심각한 경제난 및 향후 협상력 제고 차원서 강경 대응할 수도"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을 굴복시키기 위해 새로운 경제 제재 카드를 꺼내 들며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오히려 군사적 긴장만 더 고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미 미국의 군사작전과 제재로 큰 타격을 받은 이란으로서는 미국의 추가 제재에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선제적인 무력 대응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4월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국면 이후 몇 달간 대규모 군사적 충돌 대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미국의 해상 봉쇄가 힘겨루기를 이어가면서 전쟁은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는지를 두고 벌이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됐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후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 상승 압박 및 국내 여론 악화에 직면했고, 이란도 원유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재정적 압박이 극심해졌다.
이에 미국은 지난 24일 이란과의 거래국가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제재로 '경제적 고립 작전'을 선포했다. 디지털자산, 군사기술, 금, 항공, 해운 등 5개 분야로 2차 제재를 확대하면서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 골자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 발표 후 더욱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걸프 국가들이 미국의 압박에 동참할 경우 "단 한 방울의 석유도 이 지역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미국의 압박에 동참하는 국가는 적대국으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드 에븐 알레자 이란 국방장관 대행도 "국민의 생계와 안보를 겨냥한 모든 압박은 전쟁의 일부"라며 "국민을 방어하기 위해 우리 역시 전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이란이 강경 대응을 천명한 이유로, 경제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충격이 아직 세계 경제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어, 이번 추가 제재에 더욱 강경하게 대응함으로써 중간선거를 앞두고 재개될 수 있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려 할 수도 있다.
국제정책센터의 이란 전문가 시나 투시는 "미국이 제3국에 이란의 남아 있는 생명줄을 끊으라고 압박할수록 이란은 자국을 고립시키는 데 동참하면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유인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이란 석유장관은 최근 미국의 봉쇄로 석유 수출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졌다고 말했으며, 이란 리얄화의 가치는 경제적 불만에서 반정부 시위가 촉발됐던 지난해 12월 때보다 41% 하락했다.
이에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 급등했고, 일부 의약품 가격은 최대 500%까지 상승하는 등 생필품 가격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휘발유 공급 부족도 심각해져 주유소 앞에 길게 늘어진 차량 행렬과 발길을 돌리는 이란 국민들의 모습이 방송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의 새로운 제재는 이란의 강경한 도발을 이끌어낼 우려가 있는 반면 이란을 굴복시킬 실질적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이란의 자금줄을 지원하는 국가를 달러시스템에서 퇴출시키겠다고 위협했지만 중국, 튀르키예, 이라크, 러시아 등 이란의 주요 교역 상대국이 미국의 제재에 전면 동참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유럽 싱크탱크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의 이란 전문가 엘리 제란마예는 대부분의 주요 금융기관이 이미 기존의 미국 제재를 준수하고 있지만,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국경 간 거래나 그림자 비즈니스 네트워크까지 완전히 근절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은 이란 정권에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거나 실질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능력을 이미 다 소진했다"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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