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장기 국채금리 상승세에 베선트 속수무책…근본 원인은 부채

블룸버그 보도…'재무부 트위스트' 카드 하루만에 효력 잃어
워시 연준과 엇박자 논란…시장 "지속적 금리 하락은 QE 없인 어려워"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7월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2026.7.3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장기 국채 금리를 낮추기 위해 꺼낸 '재무부 트위스트' 카드가 하루 만에 힘을 잃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재무부의 장기채 바이백 확대 발표 직후 떨어졌던 금리는 곧 반등했고,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주간 거래를 4.73%에 마치며 베선트 취임 후 고점에 근접했다.

베선트 장관은 장기 국채 매입과 단기채 발행 확대를 골자로 한 이번 조치를 "내가 '재무부 트위스트'라 부르는 것"이라고 밝히며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베선트 장관의 지시에 따라 재무부는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잔존 만기 10~20년물과 20~30년물 국채의 바이백 한도를 회당 최대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이는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과거 장기 금리를 낮추기 위해 장기채를 사고 단기채를 팔았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번 조치는 재무부가 국채 발행과 환매 구조를 바꾸는 방식이라는 차이가 있다.

발표 직후 30년물 금리는 급락했지만 다음 날 다시 5.25% 안팎으로 올랐고, 10년물도 4.708%까지 반등해 개입 전 수준을 넘어섰다.

문제는 재무부가 사들일 장기채 규모보다 시장에 쏟아지는 국채와 회사채 물량이 훨씬 크다는 점이다.

미국 국가부채는 40조 달러(약 5경 5480조 원)를 넘어섰고, 올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의 약 6% 수준으로 예상되며, 정부의 연간 이자 비용도 이미 1조 달러를 웃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경쟁도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알파벳 등 대형 기술기업은 AI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최장 40년 만기의 회사채까지 발행하고 있으며, 이는 국채와 민간채가 같은 투자자 자금을 놓고 경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베선트 장관도 AI 기업의 채권 발행이 "단기적인 자본 경쟁"을 만들고 있다면서도 기업 재무 책임자라면 5년물 등 중기채 발행을 더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리야 미스라 JP모건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경제가 견조하고 세계적으로 자본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금리가 오르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진단했다.

재정 개선도 쉽지 않다. 사라 비앙키 에버코어ISI 수석 전략가는 "행정부가 현재 시점에서 적자에 실질적 영향을 줄 조치를 내놓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베선트 장관은 투자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고 자신에게는 "비대칭적 정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장기채 바이백이 수급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조치라기보다, 정부가 장기 금리 급등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에 가깝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2026.4.21 ⓒ 로이터=뉴스1

일각에서는 이를 주가 하락 때마다 연준이 시장을 구제할 것이라는 기대를 뜻했던 '그린스펀 풋'에 빗대 '베선트 풋'이라고 부른다.

다만 재무부의 자금력과 권한은 통화량과 중앙은행 대차대조표를 다루는 연준보다 제한적이어서, 금리 상한을 사실상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재무부의 대응은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접근법과도 충돌한다. 워시 의장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연준이 적극적으로 긴축하지 않아도 장기 금리 상승을 통해 시장이 금융 여건을 조이고 있다는 취지로 "시장이 상당한 일을 해왔다"고 말했고, 시장 가격이 판단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두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워시 의장에게 높은 장기 금리는 물가를 잡는 데 도움이 되는 시장 신호일 수 있지만, 베선트 장관에게는 주택담보대출과 기업 대출 부담을 높여 트럼프 행정부의 생활비 부담 완화 목표를 위협하는 문제다.

워시 의장이 오는 28일 잭슨홀 회의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대응 원칙과 향후 수개월의 정책 기준을 얼마나 분명히 설명할지가 시장의 다음 관심사로 떠올랐다.

맷 킹 사토리 인사이트 설립자는 "장기 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모든 길은 행정부가 원하지 않는 것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정적자 축소, 주식시장 하락, AI 투자 둔화가 장기 금리 하락의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레베카 패터슨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바이백은 실질보다 신호에 가깝다"고 평가하며, 지속적인 장기 금리 하락에는 연준의 양적완화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베선트 장관은 과거 지속적 양적완화를 "영구적인 투약 요법"이라고 비판했고, 워시 의장 또한 오래전부터 양적완화에 부정적이어서 정책 전환 가능성은 작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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