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트럼프 폭스뉴스도 북미대화 비관…"김정은, 2018년보다 강한 패"

"북러 밀착과 핵 역량 고도화로 북한 협상력 더 커져"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 위험 관리형 '스몰딜' 가능성 부상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연내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으나 북미 협상 지형이 2018년 싱가포르 회담 당시보다 북한에 훨씬 유리하게 바뀌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친트럼프 성향의 미국 보수 매체 폭스뉴스는 23일(현지시간) '김정은과 핵 포커 게임하는 트럼프 - 그러나 카드는 누가 쥐고 있나?' 제목의 기사에서 전문가들을 인용, 북한이 핵무기와 운반 수단을 늘리고 러시아라는 새 후원자를 확보하면서 미국의 대북 협상 지렛대가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중동에서 이란과의 대치 상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 미완의 과제로 남았던 북한과의 외교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 능력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히 이란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어하는 것 같다"면서도 "북한처럼 50기, 60기, 심지어 70기의 핵무기와 여러 운반 체계를 보유한 나라에 대한 군사적 해결책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공개 추정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군비통제협회는 2024년 1월 기준 북한이 약 50기의 핵탄두를 조립했고, 70~90기를 만들 수 있는 핵분열성 물질을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 핵무기 숫자를 57기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2018년에는 유엔 대북 제재와 경제난, 식량 문제 등이 북한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에 대량의 포탄·미사일·병력을 제공했고 그 대가로 경제 지원을 두둑이 받았다.

러시아는 2024년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던 유엔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을 거부하며 사실상 감시 체계를 무력화했다. 북한에 제재 압박을 줄여 주고 병력과 전쟁 물자를 제공받는 북러 상호 의존 구조가 굳어졌다는 평가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차 석좌는 "8년 전에는 트럼프가 지렛대를 쥐고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진단했다.

중국도 북한의 핵 문제를 공식 발언에서 덜 언급하고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급급할 이유는 더 줄었다.

이 때문에 완전하고 신속한 비핵화 합의는 현실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켈시 대번포트 군비통제협회 비확산정책국장은 "북한 핵무기를 빠르게 없애는 '그랜드 바겐(일괄타결)'은 없다"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단, 핵물질 생산 동결, 위기 소통선 구축 같은 제한적 합의가 더 현실적"이라고 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대폭 축소하며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북한은 이를 충분하지 않다고 일축한 뒤 단거리 탄도미사일 약 10발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는 훈련 축소만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폭스는 짚었다.

협상이 재개되면 주한미군과 한미 연합방위 태세가 가장 민감한 쟁점이 될 수 있다.

차 석좌는 "주한미군과 관련해 북한은 철수를, 한국은 주둔을 원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는 불분명하다"며 "한국은 미국과 북한이 직접 협상하는 과정에서 안보 이익이 희생되지 않는다는 보장을 받기를 바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회담이 성사된다면 현실적 성과는 핵 폐기보다 핵 위험의 관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와 우라늄 농축 동결 검증은 단기간에 어려운 과제지만, 미사일 시험 제한과 위성 감시, 직접 위기관리 채널, 한국전쟁 참전 미군의 유해 발굴·송환 재개는 협상 초기의 실질적 의제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김 총비서와의 관계를 "잘 지낸다"고 자평하며 그와 연내 회동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백악관도 두 정상이 "적절한 시점에" 만날 것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일정과 장소, 실무 협의 여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김 총비서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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