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뺨 맞고 동맹국에 화풀이"…트럼프, 오만·UAE·한국 위협
對이란 대규모 경제전쟁 예고하면서도 다수 동맹국·파트너국 겨냥
"호르무즈 개방 최소한 목표도 못이룬 좌절감 반영"…"경제압박 실효성 의문"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이란의 완강한 저항에 막혀 좀처럼 이란 전쟁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만과 아랍에미리트(UAE), 한국 등 주요 동맹국을 위협하거나 비난하면서 화풀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따른 60일간의 추가 협상 시한이 종료된 지난 17일 중재국 오만이 이란과의 협상을 방해할 경우 "가차 없이 폭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18일에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원을 그린 지도를 올리고는 "새로운 미국 영토"라고 주장했다. 이 지도에는 오만, UAE, 이란 영토가 포함됐다.
이어 19일에는 이란을 겨냥해 '경제적 디데이'를 선언, "오늘 나는 지금까지 그 어떤 국가를 상대로도 시행된 적 없는 가장 파괴적인 경제 작전을 발표한다"며 "이는 전례 없는 규모의 경제 작전이자 고립 작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란에 어떤 형태로든 '생명줄'을 제공하는 모든 나라는 엄청난 경제적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러시아 외에도 다수의 미 동맹국이나 파트너국이 직접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세부 계획은 오는 24일 발표 예정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일으킨 전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데 따른 좌절감을 표출하는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2015년 이란 핵 합의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전직 외교관 앨런 아이어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최소한의 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좌절감"이라고 분석했다.
오만이 분노의 대상이 된 원인 중 하나로는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문제를 두고 협상해 왔다는 점이 꼽힌다.
아이어는 "그가 오만에 화가 난 이유는 한국에 화가 난 이유와 같다. 둘 다 그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거부했다며 직접적인 불만을 나타내면서 한미 합동군사훈련 대폭 축소를 지시해 한미 동맹에 충격을 줬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중동 전문가 앤드루 레버는 "그는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스스로 자초한 수많은 다른 일과 달리 이번에는 구제받을 수도 없다"며 "군사력으로도, 허세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이란의 노선을 바꾸도록 강제할 수 없을 때, 그는 다른 이들에게 화풀이한다"고 말했다.
미군의 주요 무기 재고가 바닥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공세 대신 경제 제재로 이란을 압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UAE는 18일 이란과의 모든 교역과 금융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지만, 해당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한 이후 나왔다.
그러나 이란은 오랫동안 미국의 제재를 받아 온 만큼 실효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에드워드 피시먼 지경학센터장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는 전 세계 누구든 미국 경제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진정으로 위협할 각오가 아니라면, 사실상 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오랫동안 참전을 피하며 이란의 공격을 감내해 온 걸프 동맹국들을 골치 아프게 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아라비아반도 담당 국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베네임은 일부 걸프 국가들이 적절한 명분만 갖춘다면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을 공동 관리하고 화물선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오만의 협정안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베네임은 그러한 협정이 이상적이지는 않을 것이나 "자국 경제의 생명줄을 열어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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