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싱크탱크 "김정은, 트럼프 정상회담 제안 응할 것…韓 패싱 우려"

브루킹스 연구소 앤드류 여 한국 석좌 인터뷰
"트럼프, 중간선거 앞두고 외교 성과 모색…韓, 미국과 긴밀 협력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 때인 2018년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합의문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워싱턴=뉴스1) 이훈철 특파원 =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앤드류 여(Andrew Yeo) 한국 석좌는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연내 정상회담 추진 사실을 언급한 데 대해 "김 총비서가 만남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 석좌는 뉴스1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연말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이같이 밝혔다.

AFP ·로이터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 새로 건설 중인 헬리콥터 착륙장을 시찰하던 중 '2026년 하반기에 김정은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네, 만날 겁니다"라고 정상회담 추진 사실을 깜짝 공개했다.

앞서 18일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포함한 다음 아시아 순방 기간에 김 총비서와 대면 회담을 여는 방안을 비공개로 논의했다고 구체적인 시기를 보도하기도 했다.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첫 번째 김 총비서와의 만남이 된다. 집권 1, 2기를 통틀어 4번째 만남이 된다.

여 석좌는 북미 정상회담 실현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지난해 경주 APEC 정상회의 전에도 동일한 추진 일정을 본 바 있다"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총비서와 만남을 간절히 원했지만 김 총비서는 이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여 석좌는 "김 총비서가 1년 전보다 현재 더 유리한 협상 위치에 있는 반면, 트럼프의 위상은 약화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김 총비서가 만남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배경과 북한의 향후 대응 셈법에 대해서는 전략적 의도가 숨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추진 동기 측면에서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일종의 외교 성과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다만 중동 지역의 갈등이 지속되거나 악화한다면 미국이 최상의 외교적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이 트럼프에 대한 비난을 일절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김 총비서도 트럼프와의 대화 재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김 총비서는 비핵화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없음을 재확인할 것이고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추가 축소나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앤드류 여(Andrew Yeo)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석좌.(출처 브루킹스 연구소 홈페이지)

여 석좌는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될 경우 한국의 입장에서 본 안보적 파장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2019년 남북미 판문점 회동 당시 김 총비서와 찍은 사진을 올리며 친분을 과시한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 지시 사실을 밝히며 이란 비핵화 동참 거부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총비서와 정상회담 추진 사실을 밝히자 한국 패싱론에 대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 석좌는 이에 대해 "한국 입장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미국이 한국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연합훈련, 주한미군 태세에 대해 양보하거나 북한을 영구적인 핵보유국으로 암묵적 승인할 경우 트럼프-김정은 중심의 프로세스에서 한국이 소외되는(sidelined)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외교적 대화를 환영하되, 확장억제와 한미동맹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면서 평양과의 어떤 합의도 한국의 안보 이익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여 해를 끼치지 않는(do no harm) 접근 방식을 취하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 대해서는 핵동결이나 일종의 위험 경감 합의가 완전한 비핵화보다 현실적이라고 전망했다.

여 석좌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확장에 대한 검증 가능한 중단조차도 현재의 교착 상태보다는 낫다"며 "하지만 정상급 회담 그 자체가 확고한 공약을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총비서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이후에도 핵무기를 계속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진짜 시험대는 정상회담이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통제를 담은 지속적인 협상 프로세스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고 강조했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