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페르시아만 미군 철수·재배치 검토…이란 공습에 따른 피해 고려"

WP 보도…미군기지 복구 비용에 7조원 추산
미군 기지 재배치 가능성도…중부사령관, 서쪽 이동 지지

4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브래그 기지에서 미군 82공수부대 병사들이 쿠웨이트행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큰 피해를 입으면서 중동 지역에 배치된 미군의 철수하거나 미군기지를 재배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중동 지역에 배치된 미군의 규모와 구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중 핵심 사안은 페르시아만에서 미군을 철수할지 여부다.

미 국방부 정책실이 검토를 주도하고 있으며 합동참모본부와 미 중부사령부도 참여하고 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검토 작업에 대해 기지들의 재건 여부를 행정부가 결정하는 데 향후 참고가 될 수 있는 신중한 계획 수립이라며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아직 중동 지역의 미군 배치에 대해 공식 검토를 지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미군 배치 태세를 영구적으로 변경하는 데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며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동에 배치된 미군의 철수나 감축을 검토하는 것은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중동 내 미군 기지들이 받은 피해 규모가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중동 지역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상시 주둔 성격이 강한 미군기지들은 페르시아만에 있다. 바레인에는 미 해군 제5함대 사령부가 있으며 쿠웨이트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는 미 육군과 공군 전력이 배치돼 있다.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 공습에 맞서 주변 걸프 국가들을 공격하면서 각 국가에 주둔한 미군기지들은 주요 타깃이 됐다.

지난 5월에는 쿠웨이트 슈아이바항 내 미 육군 103원정지원사령부 작전센터가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아 장병 6명이 사망고, 지난달에는 요르단과 이라크의 미군기지가 공격을 받아 장병 4명이 사망했다. 이 밖에도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미군 시설 200곳 이상이 파손되거나 파괴됐다.

또한 미국은 중동 병력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첨단 방공 요격미사일 1000발 이상을 소모해 패트리엇 미사일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요격미사일 재고가 고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중부사령부는 평소 요르단에서 오만까지 약 20개 시설에 약 4만 명의 병력을 배치한다. 그러나 미국은 올해 초부터 중동 주둔 미군을 방어하고 이란에 1만 3000회가 넘는 공격을 수행하기 위해 군함과 전투기, 방공전력 등을 이 지역에 대거 증파했다고 WP는 전했다.

미 국방부는 이번 전쟁에 들어가는 비용이 9월 말까지 약 375억달러(약 5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 금액에는 중동 지역 기지 재건 비용이 포함되지 않아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지난 4월 공격받은 미군기지를 복구하는 데 50억 달러(약 7조 600억 원)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요르단 알아즈라크에 위치한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의 위성 사진. 2026.2.2 ⓒ 로이터=뉴스1

미국 내에서는 미군 기지 재배치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2월 전쟁이 시작되기 전 페르시아만의 여러 기지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지나치게 취약해 평상시 수준의 병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다수 기지에서 병력을 대피시킨 바 있다.

소식통은 주요 걸프 지역 시설에서 병력을 이동시킨 조치 중 일부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일부 인사들은 중동 지역에 대한 군사 개입을 지지하는 반면 일부는 미국 본토 방어나 중국과 같은 더 강력한 적국 억제에 다시 집중하기 위해 국방부가 일부 안보 공약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관은 페르시아만에 있는 미군을 서쪽으로 옮기는 방안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개입에 회의적인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오리티스는 최근 쿠웨이트처럼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사정권에 가까운 미군기지를 폐쇄하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요르단, 바레인에 분산된 병력을 사우디아라비아 인근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와 같은 더 안전한 시설로 옮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 유대인 국가안보연구소(JINSA)는 지난 3월 미군 전력을 이스라엘 오브다 공군기지로 더 많이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마이클 래트니는 "이번 전쟁은 중동 지역 미군의 취약성을 분명히 드러냈다"며 "병력과 장비를 더 서쪽에 있는 요르단이나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 연안으로 옮기면 부담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지만 거리를 더 벌리는 것이 문제의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동에 주둔 중인 미군에 변화를 준다면 수십 년 동안 자국 방위를 미국에 의존해 온 걸프 국가들이 이란의 공격에 대응하기 어렵게 만들어 안보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킬 수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라비아반도 담당 국장을 지낸 앨리슨 마이너는 걸프 국가들이 감축된 미군을 수용하면서도 무기 판매나 정보 공유와 같은 미국과의 안보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히 병력 규모만 따질 것이 아니라 모든 사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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