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美중간선거 뒤 트럼프와 회담 나설 수도"

빅터 차 "핵보유국 노리고 싱가포르 성명 재확인 가능성"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국제사회로부터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현상 변경 전략'의 일환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재차 나설 수 있다는 미국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13일(현지시간) 공개한 '이란 이후: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재개 시나리오'란 글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적극적인 반면, 김 총비서는 러시아·중국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미국과의 정상외교에 관심이 없단 게 일반적인 관측"이라면서도 "김 총비서가 기존 국제질서를 바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수정주의적 지도자'(revisionist)라면 모든 외교적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수정주의'란 공산주의 이론상의 수정주의가 아니라 기존의 국제적 지위와 질서를 북한에 유리하게 변경하려는 전략을 뜻한다.

차 석좌는 "북한의 궁극적 목표는 핵무기 보유를 넘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외교·경제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김 총비서가 코로나19 유행 사태 이후 중국과의 교역 회복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란 예상을 깨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파견하며 러시아와 밀착한 사실을 통념에서 벗어난 전략의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란 목표로 유지하면서도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지칭하는 등 엇갈린 신호를 보인 점도 김 총비서가 대화 재개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 석좌는 앞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그 시기는 올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집권 공화당이 패배한 후가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김 총비서와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만나면 2018년 회담 당시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되, 구체적인 비핵화 협상은 피하면서 양측 실무진에 6개월 동안 세부 내용을 마련하도록 맡기는 방식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차 석좌는 "김 총비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열망을 겨냥해 평화조약 체결과 한미연합훈련 중단, 적대관계 종식 등을 의제로 제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의 실질적 성과가 크지 않더라도 북한엔 미국으로부터 '사실상 핵보유국' 대우를 받았단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차 석좌는 최근 이란 전쟁도 북한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하기 어렵고 군사력 사용을 꺼리지 않기 때문에 그를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접촉을 유지하는 것"이란 교훈을 북한이 얻었을 수 있단 것이다.

차 석좌는 김 총비서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대북 강경파인 다카이치 총리와 김 총비서 간 회담이 성사되면 이른바 '닉슨만 중국에 갈 수 있다'는 효과를 내는 동시에 한미일 협력에도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차 석좌의 분석이다.

반면 한국의 이재명 정부가 제안한 '평화 공존'에 북한이 호응하거나 남북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차 석좌의 평가다. 그는 "한국을 우회해 미국과 일본에 접근하는 방식이 북한의 현상 변경 전략에 더 매력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다.

차 석좌는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는 한편, 북한에서 커지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북미 정상외교 재개를 지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