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전용기' 작전 부른 이스라엘 첩보…"CIA, 신빙성 낮다 판단"

WP "이스라엘發 '이란 암살 위협' 의구심…'튀르키예 견제용' 의심"
美당국 "의심 있었지만 만일의 사태 대비한 것…대통령 안전이 최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영국 밀든홀 기지에서 튀르키예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복귀하던 중, 구형 에어포스원에서 내린 뒤 카타르가 선물한 신형 에어포스원으로 탑승 기종을 바꾸기 위해 계단을 걸어 내려오고 있다. 2026.07.08.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을 타는 척하다가 다른 군용기로 은밀히 갈아타는 '미끼 전용기' 작전을 시행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기만 작전의 발단은 이스라엘 측이 전달한 이란의 트럼프 대통령 암살 위협 첩보였지만, 정작 미 중앙정보국(CIA)은 해당 첩보의 신뢰도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간)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미국 당국자에 따르면 당시 CIA 분석관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전달한 암살 위협 첩보에 대한 회의적 입장을 행정부 당국자들에게 전달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직접 수집한 것이 아닌 이스라엘발 첩보였다"며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타고 왔던 신형 전용기 대신 구형 항공기에 탑승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반대편에 연결된 기내식 수송 컨테이너에 숨어 전용기를 몰래 빠져나온 뒤, 핵심 참모진과 함께 소형 군용기 C-32A로 옮겨 타 영국을 향해 이륙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이란 측이 회의장 인근에서 지대공 미사일 공격을 시도하려고 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란의 실제 위협 여부와는 별개로, '미끼용' 전용기에 탑승한 출입기자단 등 승객들이 이란의 공격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돼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정부 당국자들은 이스라엘 측 정보에 대한 의문이 존재했지만, 과거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 시도가 수차례 있었던 만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작전 실행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한 미국 당국자는 익명을 전제로 한 성명에서 "대통령은 이란의 위협을 포함해 신변에 수많은 위협을 받아왔으며, 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모든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며 "미 비밀경호국(USSS)의 핵심 임무는 대통령을 보호하는 것이며 그들은 이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일부 미 정보 당국자들은 당시 이스라엘의 첩보 공유가 단순 정보 전달 목적이라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공됐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튀르키예를 잠재적 지역 경쟁국으로 보는 이스라엘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간 친분이 양국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나토 정상회의가 열렸던 튀르키예에서 미국 대통령 암살 시도가 있었다는 첩보를 흘려 관계 개선 기조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시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벌인 기만 작전에 대해 더 명확한 설명을 요구했다.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민주·메릴랜드)은 WP에 "이스라엘이 제공한 정보가 신뢰할 만할 뿐만 아니라 독자적으로 검증 가능한 수준이었는지 매우 의문"이라며 "이란이 대통령의 제거를 원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하지 않지만, 이 모든 상황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