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위협 트럼프, 기내식 트럭 숨어 전용기 내린 뒤 수송기 탑승

지난달 방문한 튀르키예서 英 이동시 이란 테러 우려해 기만작전
출입기자 및 일부 직원은 트럼프 미탑승 사실 모른 채 전용기 탑승

9일(현지시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귀환했다. 트럼프는 전날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정상회의 참석을 마친 후 영국으로 소형 수송기를 타고 간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사진은 영국에서 신형 에어포스원을 타고 귀국한 모습이다.2026.07.09/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마치고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영국으로 갈 당시 이란의 암살 위협에 전례 없는 '기만 작전'을 벌였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타고 왔던 신형 에어포스원 대신 안전을 위해 구형 에어포스원으로 갈아탄다고 했지만, 구형 전용기마저 타지 않고 전용기에 연결해 놓은 기내식 트럭을 통해 빠져나가 소형 수송기를 타고 영국으로 향했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 후 앙카라에서 구형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는 모습을 공개했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방식으로 소형 군용기 C-32A로 옮겨 타, 국빈으로 초청된 영국으로 향했다. 언론과 일부 백악관 참모는 대통령과 같은 비행기에 있다고 믿었으나, 실제로는 에어포스원이 미끼 역할을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저물녘에, 카타르 기증 새 에어포스원이 먼저 튀르키예를 떠난 후 구형 에어포스원에 탑승해 카메라 앞에서 작별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후 곧장 트럼프 대통령과 몇몇 보좌관들은 유압 장치를 이용해 에어포스원 입구 반대편에 들어 올려진 상태였던 공항 기내식 트럭에 올라탔다.

몇 분 후,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비행기 뒤쪽에서 탑승하는 동안 정장을 입은 남성이 기내식 트럭 운전석에 올라탔다. 트럭은 에어포스원에서 떨어져 나와 근처에 있던 소형 수송기 C-32A로 향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외부 계단을 이용해 C-32A 수송기에 개별적으로 탑승했다. 대통령이 탄 C-32A 수송기는 영국으로 가는 도중 "리치(Reach) 18" 또는 "RCH18"과 같은 모호한 호출 부호를 사용하여 위치를 숨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런던 착륙 후 C-32A에서 원래 탑승한 것으로 알렸던 구형 에어포스원으로 어떻게 이동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오후 10시 56분께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 나타나 에어포스원의 외부 계단을 통해 내려왔다.

당시 구형 에어포스원을 탄 기자들은 백악관 직원들로부터 창문 가리개를 닫으라고 안내를 들었다. 이렇게 구형 에어포스원은 기자들과 참모들을 태운 채 영국으로 날아갔고, 카타르가 제공한 신형 전용기 보잉 747-8은 별도로 영국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이번 작전은 신형 전용기의 방어 능력 부족 논란과 이란의 구체적 암살 위협이 겹치면서 실행됐다. 당시 이란 또는 이란과 연계된 역내 대리 세력이 튀르키예를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의 항공기를 노릴 수 있다는 정보가 파악됐다고 한다.

NYT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으로 이동하면서 구형 전용기를 이용한 사실을 보도하면서 신형 전용기가 "기존 에어포스원보다 방어 능력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란은 항상 나를 위협하고 있으며 나는 그들의 '목표 1순위'다"라고 말하면서도, 앞서 벌어진 기만 작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기자들에게 창문 가리개를 내리라고 지시한 이유를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그 파렴치한 놈들 때문에 당신이 위험한 비행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기자들에게 "내가 죽으면 당신들도 죽는 거다. 그렇지? 언젠가는 직업을 바꾸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고 농담했다. 하지만 이런 말과는 달리 같은 비행기에 트럼프는 없었던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기자단 없이 해외 순방을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출입 기자들은 미국 국민을 대변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조 바이든,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는 물론 트럼프 본인조차도 전엔 여러 전쟁 지역을 갈 때 기자들과 같은 비행기로 갔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