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9월 정상회담 앞두고 다시 격돌…AI·광모듈 등 전선 확대

'관리된 경쟁' 균열 조짐…美 잇단 기술규제에 中맞불
9월 워싱턴 회담 목전서…양국 갈등 관리 능력 시험대

지난 5월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 정원 방문을 마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2026.05.1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오는 9월 미국에서 열릴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인공지능(AI)과 첨단 로봇, 강제노동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의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부산과 올해 5월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갈등을 통제하면서 협력은 유지하는 '관리형 관계'에 뜻을 모았다.

그러나 오는 9월 24일 워싱턴 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대중국 기술·무역 제한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중국도 즉각 맞대응에 나서면서 양국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모습이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미중 기술 경쟁의 새로운 쟁점으로 중국의 AI 모델이 떠올랐다.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는 지난달 2조8000억개의 매개변수를 갖춘 오픈웨이트 대규모언어모델(LLM) '키미 K3'를 공개하며 이른바 '키미 쇼크'를 일으켰다.

미 백악관은 문샷AI가 모델 증류 방식을 이용해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의 모델을 무단으로 복제했다고 주장했다. 모델 증류는 대형 AI 모델의 지식과 답변을 소형 모델에 이전하는 기술로, 허가 없이 대규모로 이뤄질 경우 지식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미국의 견제에 중국 상무부는 "AI 패권주의"라고 맞서며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기술 자립'을 내세우며 자국 반도체와 AI 기업의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제2회 베이징 이타운 하프 마라톤 및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달리고 있다. ⓒ 로이터=뉴스1
美, 로봇·인버터까지 규제…中 "보호무역주의" 반발

미국의 첨단 로봇과 전력 인버터 규제도 양국 간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부상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달 28일 안보 위협 장비 목록인 '커버드 리스트'의 대상 품목을 확대하면서 첨단 로봇 장비와 데이터센터 등에 쓰이는 전력 변환 장치인 인버터를 새로 포함했다.

FCC는 보안 위험을 조치의 근거로 들었다. 국적과 관계없이 적용되는 조치라며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외교가에서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목록에 포함된 신규 장비는 미국 내 수입과 판매가 제한된다. 다만 이미 구매한 제품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미국이 국가안보 개념을 지나치게 확대해 중국 기업을 탄압하고 있다며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 쿠얼러의 한 면방직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2021.04.01. ⓒ 로이터=뉴스1
강제노동 제재 확대…광모듈 수입 제한도 검토

이런 가운데 미 국토안보부(DHS)는 지난달 31일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에 따른 제재 명단에 중국 기업 43곳을 추가했다.

제재 발표는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화상 통화를 하고 미국의 대중국 경제·무역 제한 조치에 엄중한 우려를 전달한 바로 다음 날 이뤄졌다.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것으로 의심되는 제품의 미국 수입을 차단하기 위해 2021년 제정됐다.

이번에 제재 명단에 추가된 기업은 식품과 면화, 제약, 금속, 리튬 생산업체 등으로 다양하다.

중국은 그동안 신장 지역의 강제노동 의혹을 부인하면서 미국의 관련 제재를 '경제적 강압'이라고 비판해 왔다. 중국 정부는 이번에도 "기업의 정당한 권익과 글로벌 산업·공급망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와 별개로 최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미국이 데이터센터의 핵심 통신 부품인 중국산 광모듈의 수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터 탈취나 악성 소프트웨어 설치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명분에서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매체는 세계 10대 광모듈 업체 가운데 7곳이 중국 기업일 정도로 미국의 중국산 의존도가 높다며 실제 조치가 시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오성홍기.<자료사진>.ⓒ AFP=뉴스1
中, 드론 수출통제 강화·美기업 제재로 '맞불'

중국 정부도 미국의 잇따른 제재에 맞서 미국 기업을 겨냥한 대응 조치를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중국 상무부는 5일 드론 관련 이중용도 물자의 대미 수출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드론과 핵심 부품 관련 기술을 미국에 수출할 때 엄격한 건별 심사를 적용하고, 허가 절차상의 편의 조치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신장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대중국 제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미국 기관인 '어플라이드 DNA 사이언스'와 '스트레이텀 리저버' 등 6개 미국 기업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에 따라 중국 내 개인과 기업은 이들과 거래하거나 협력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은 미국 시험·인증업체 컴플라이언스 테스팅도 별도로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다. FCC의 대중국 규제에 협조했다는 이유에서다.

전기·가전제품과 자동차 등의 중국 수출에 필요한 인증 절차와 관련한 양국 간 협력도 일부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강제인증(CCC) 지정 기관이 미국 인증기관에 위탁해 수행해온 미국 내 생산시설의 후속 공장검사를 중단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중은 희토류와 미국산 농산물 구매 등 기존 무역 합의의 이행 문제를 놓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국영 무역업체들이 최근 미국산 대두를 대량으로 구매한 것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다만 첨단기술 분야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AI 모델과 반도체, 첨단 로봇 등 미래 산업에서는 규제와 맞대응이 반복되는 이중적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첨단기술과 안보 분야를 둘러싼 이견을 얼마나 관리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