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면전 피한 '단계적 확전' 전략…장기전시 美비용 증가"
호르무즈·걸프 에너지 시설 타격 등으로 美인내심 시험
중간선거 앞 전면전 부담인 트럼프 상대로 협상 주도권 확보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후통첩에도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고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이 전면전 대신 단계적으로 전쟁을 확전할 경우 자국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에 참수 작전에 앞서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다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이란과의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 재개를 부인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걸프 지역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이란이 미국을 상대로 결정적인 군사적 승리를 노리기보다 전면전을 촉발하지 않는 범위에서 충돌을 확대하는 '절제된 수위의 단계적 확전'(calibrated escalation)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략의 목표는 미국과 동맹국들에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이란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위기를 억제하는 비용이 더 크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워싱턴연구소의 마이클 나이츠 선임연구원은 "이란은 처음부터 미국보다 한 단계 더 확전하려고 했다"며 "매주 새로운 지역, 새로운 무기, 새로운 공격 목표를 내놓을 수 있도록 확전 수단을 계속 늘려왔다"고 말했다.
"이란의 가장 큰 강점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니다"라며 "지역 국가들과 세계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는 선박과 주변 걸프 국가의 에너지 시설을 공습한 것도 확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또한 홍해와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위협은 미국이 세계 교역을 보호하는 비용을 높이는 동시에 미국이 어느 정도까지 세계 교역과 에너지 시장의 혼란을 감내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이란에는 호재다. 전쟁 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은 낮기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소식통은 "이란은 전쟁을 확대하고 압박을 높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양보할 것이라 믿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강한 군사 압박으로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란은 쉽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장기전으로 끌고 가 미국의 전쟁 비용 부담을 높이면 유리한 조건에서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연구소의 마이클 싱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적으로 어디까지 개입할 의지가 있는지 불확실해 보이기에 이란이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란은 자신들의 우위를 최대한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외교관계위원회의 레이 타키예 연구원은 "양측 모두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다"면서도 "협상이 열린다면 그 조건은 이란이 정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